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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홀로 사는 시골집에 다녀가라 해서 어제 다녀왔어요. 3월 중순에 때아닌 눈보라가 불어치던 날이었죠. 몇 개월 동안 누나 집에서 얹혀살던 엄마는 이제 눈치 볼 일이 없어서 그런지 목소리가 좋았어요. 그런 엄마가 나를 부른 건 명확했죠. 항아리에 담아 놓은 감식초 물을 걸러 주고 집 뒷담에 자란 풀들을 없애는 제초제를 쳐 달라는 거였어요. 그 일을 끝마쳤을 땐 기름값 하라며 오만 원까지 주셨고요. 살다 보면 답은 나와 있는데 시간을 질질 끄는 경우가 있죠. 빨리 해결해야 하는데도 머뭇거리면 누구라도 답답해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기약 없는 그 일을 마무리 지었을 땐 모두가 해방감을 맛보게 되죠. 그 일이 잘 됐는지 안 됐는지는 나중에 판단할 일이구요. 엄마와 나도 꼭 그런 기분이었겠죠? 물론 그 일..
이틀 동안 힘든 일을 했어요. 평소 알고 지낸 분의 여동생 집 옥상을 청소한 게 그거예요. 그 집 1층은 세를 들어 살고 있었고 2층도 이제 곧 세를 내준다면서 도배를 해 놨더군요. 문제는 옥상에서 2층 천장으로 물이 떨어진다는 거였어요. 그걸 방수하려면 옥상에 있는 쓰레기 같은 것들을 다 치워야 한다는 거였죠. 맨 먼저 낡고 닳은 물탱크부터 1층에 내렸어요. 그 후 벽돌과 돌멩이도 치웠고요. 남은 건 여동생의 시어머니가 텃밭으로 사용한 흙더미였죠. 부추 뿌리가 붙어 있는 걸 보니 오래 묶은 흙이었어요. 20kg 되는 작은 포대에 흙을 담아 테이프로 묶어 1층 바닥에 내던졌죠. 평균 15kg씩 담은 무게로 100포대 나왔어요. 그걸 어떻게 버릴지 그분이 고민했어요. 그때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죠...
요즘은 ‘곱창 김’이 인기 있나 봐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고창에서 나는 김인줄 알았어요. 모양이 곱창처럼 길고 구불구불하다 하여 ‘곱창김’이라 불린다고 하죠. 바다에 띄우는 부유식이 아니라 지주를 박아 생산하는 김이고요. 10월 말부터 11월에 햇 곱창 김을 맛볼 수 있는데 작년 그 무렵 신옥희 권사님이 ‘증도 햇 곱창 김’을 가져왔어요. 2004년 KBS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한 소악도 분교 학생 현우가 서른 세 살의 청년이 돼서 생산한 김이라면서요. 김 양식 방법은 부유식과 지주식이 있다고 해요. 부유식은 깊은 바다에 닻을 놓고 부표를 띄워 김발을 매달아 양식하지만 지주식은 수심이 얕은 바다에 기둥을 세우고 김발을 매달아 양식한다고요. 다만 지주식 김은 밀물엔 물속에서 갯벌이 내준 ..
지난 2일 밤 보령에 다녀왔어요. 나를 포함해 7명이 모임을 갖고자 함이었죠. 그런데 목요일까지만 해도 통화했던 55살의 서울 친구가 급작스레 패혈증에 걸려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어요. 그 일로 함께 내려오기로 했던 부천의 다른 친구도 올 수 없었고요. 감기로 시작된 패혈증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맡은 역할에 저승을 넘나들듯 희생한 까닭에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 게 원인이지 않나 싶어요. 그날 밤 보령수양관에 모인 일행은 친구의 회복을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었죠. 3일 아침엔 웅천읍 정미소 앞에 있는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었어요. 식사 뒤엔 대창 8리 임도정 공장을 들여다봤고요. 놀랍게도 그 공장 안에는 쌀과 고춧가루를 빻는 기계가 아직도 돌아가고 있었어요. 대부분 종합처리장처럼 자동화된 현대시..
오래전 친구 셋이서 일본을 다녀왔어요. 1박 2일로 아주 짧게요.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내렸죠.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도요타 본사와 가까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어요. 다음 날 아침 우에노 공원을 가로질러 야스쿠니 신사를 둘러보고 도쿄국립박물관을 거쳐 우치무라 간조 기념관에 갔죠. 우치무라 간조 기념관은 좌우 대칭의 작은 건물이었어요. 교실에 몇몇 의자와 탁자가 있었죠. 안내자는 그것이 우치무라의 손때 묻은 탁자라고 했어요. 날것 그대로였죠. 그곳에서 로마서 강의를 했겠지 싶어요. 김교신도 그 학생 중 한 사람이었겠죠. 1920년 김교신은 동양선교회 성서학원에 재학 중인 한 청년의 설교에 감동받아 성결교회 회원이 됐죠. 하지만 제도권 교회의 회의감 때문에 1921년부터 우치무라의 로..
갓난 아이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어른을 정화시켜 주죠. 보는 것만으로 세상 속에 굳어 버린 어른들의 마음들을 녹여 주니까요.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부모는 긴장하게 되죠. 부모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일깨워주죠. 그때는 아이가 스승 노릇을 해요. 대학 4학년이 된 제 큰딸도 그랬었죠. 엊그제 그 딸이 위험물산업기사 자격증 시험을 본다고 해요. 나는 전기기사 자격증도 도전해 보라고 권했어요. 어떻게 할진 모르겠어요. 다만 세상을 바르게 보고 따뜻하고 치열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어제는 평소 알고 지낸 두 분과 광주에 다녀왔어요. 오가면서 오래전 천국을 보고 온 입신 이야기를 했어요. 계시록에 나오는 금빛 찬란한 그곳 말에요. 보좌 앞의 주님의 빛이 너무 강렬해서 주님의 발치밖에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