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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장맛비가 잠깐 멈추고 햇볕이 쨍쨍했다. 바깥에서 오래 움직이면 그야말로 얼굴이 빨갛게 타들어 갈 정도였다. 이런 날이 요 며칠 사이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 좋은 날씨에 나는 텃밭에 들어가 풀을 맸다.
여름철 텃밭의 풀은 금방금방 자란다. 1주일만 김을 매 주지 않으면 우거진 숲처럼 변한다. 물론 여름철 텃밭에 김을 매려면 주의할 게 있다. 무엇보다도 긴 옷과 긴 바지를 입고 신발도 단단히 동여매야 한다.
그곳에 뱀도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모기떼가 무성하기 때문이다. 갯벌의 모기에 비할 순 없겠지만 여름철 텃밭의 모기는 그야말로 매섭다. 오늘도 2시간 정도 텃밭의 풀을 매면서 얼굴에 수십 군데 모기가 문 것 같다. 위 아래 옷과 신발까지 단단히 입고 신었지만 얼굴은 무장할 수 없어서 그렇게 당했다.
그래도 기분은 너무너무 좋았다. 김을 매면서 여태껏 드러내지 않았던 열매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 까닭이다. 무엇보다도 참깨가 꽃이 피고 벌이 날아들고 있다. 고추도 튼실하게 열매를 맺고 있다. 일반 토마토와 방울토마토도 빨갛게 익고 있다. 애플 수박과 망고 참외도 잘 익었고, 작두콩도 꽃이 보이고 열매도 보인다.
참깨는 조금 더 지나면 작은 꿀벌이 많이 날아들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대장관이 된다. 여름 고추는 된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달달하다. 그래서 내가 아는 분들이 종종 텃밭에 오면 고추를 따서 나눠 준다. 애플 수박과 망고 참외는 올해 처음 심은 종목이다. 그 맛이 어떨지 무척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도 작두콩이 벌써 꽃을 피고 열매까지 매달려 있는 게 좋다. 조금 더 지나면 튼실한 작두콩을 따서 칼로 잘라 여름철 햇볕에 말릴 것이다. 그걸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잘 덖으면 차로 우려 마실 수 있다. 함께 하는 벗들과 나눠 먹기도 하지만 내 아내가 가장 좋아한다. 아내가 비염도 있고 기관지도 좋지 않은 까닭이다.
오늘 오후는 그렇게 장맛비가 숨고르기 할때 텃밭에 들어가 풀을 맸다. 모기떼들 덕분에 얼굴이 퉁퉁 붓긴 했지만 기분은 너무나도 좋았다. 텃밭에 심은 식물들이 그렇게 하나 둘 열매를 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소확행이다. 이런 맛에 텃밭을 가꾸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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