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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먹은 하나님 응답하소서

by 똑똑이채널 202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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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에게 응답하소서 혀 짤린 하나님
우리 기도 들으소서 귀 먹은 하나님
얼굴을 돌리시는 화상 당한 하나님
그래도 당신은 하나뿐인 민중의 아버지
하나님 당신은 죽어버렸나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계실까
쓰레기 더미에 묻혀 버렸나 가엾은 하나님
얼굴을 돌리시는 화상 당한 하나님
그래도 당신은 하나뿐인 민중의 아버지

1980년대 대학가에서 불린 ‘혀 짤린 하나님’을 만든 신학생 김흥겸의 〈民衆의 아버지〉란 시다. 그는 학창시절 수습하지 못한 뼛가루들이 굴러다닌다고 해서 이름한 ‘낙골교회’ 전도사로 섬겼고, 영등포역 앞 테이프 노점상 하는 아줌마와 젓가락 장단을 하며 어울렸고, 신대방동 철거 현장에서 싸우다 체포돼 석달간 콩밥을 먹었다. 빈민촌 전도사로, 극단의 배우로, 철거촌 활동가로 삶의 바닥을 몸으로 쓸어내던 그는 1995년 위암선고를 받고 1997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노래는 세월호 참사 때 가수 안치환이 불러 더 많이 애창됐다. 그 노래는 도무지 하나님의 속성과 결합될 수 없는 단어들이 등장한다. 가사를 놓고 보면 불경하다는 생각조차 밀려든다. 하지만 그 노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약자들의 억눌린 함성이다. 침묵하고 계시지만, 숨어계시는 것 같지만, 듣지 않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그분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곤고한 사람들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1:1-3)

‘복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일깨워주는 시편 말씀이다. 시편의 히브리어 성경 이름은 ‘테힐림’(Tehillim)이다. ‘찬양의 노래들’이란 뜻이다. 그것은 시편 57편의 제목과도 같은 단어인 ‘찬양의 노래’를 뜻하는 ‘mizmor’를 70인역 성경에서 ‘Psalmoi’로 번역하면서부터 유래한 것이다.

시편은 모세, 다윗, 솔로몬, 아삽, 고라 자손 등 여럿이서 썼다. B.C.1000년~B.C.450년 경까지의 시편을 한데 엮은 것이다. 시편은 보통 다섯 권의 책으로 분류한다. 제1권은 1편~41편으로 개인적인 야훼의 경험을, 제2권은 시편42~72편까지 엘로힘 하나님에 관한 내용을, 제3권은 시편73~89편까지로 어두움에 관한 내용을, 제4권은 시편90~106편까지로 왕에 관한 내용을, 마지막 제5권은 시편107~150편까지로 찬양에 관한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1)

보통 시편 1편은 모세의 율법에 기초한 ‘율법시’로 알려져 있다. 제1권에 해당하는 1편~41편까지는 다윗의 개인적인 체험에 기초해 쓴 시편인데 다윗의 인생 역시 모세의 율법을 따르고 있다. 그만큼 시편의 첫머리에서 강조하는 것은 율법 곧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좇아 사는 인생이 ‘복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물론 시편 150편 가운데 율법시로 알려진 시는 세 편이다. 시편 1편, 시편 19편, 그리고 시편 119편이다.2)

시편의 첫머리에서 강조하는 ‘복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그 무엇보다도 여호와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다. 그런데 ‘묵상’(默想)하면 보통 눈을 감고 말없이 속으로 생각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묵상하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하가’(הָגָה)는 전혀 다르다. 그 단어는 ‘중얼거리다’(mutter), ‘슬퍼하다’(mourn), ‘으르렁거리다’(roar), ‘말하다’(speak)는 뜻이다. 그 단어는 묵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자와 비둘기의 울음소리(사31:4, 사38:14)에도 사용됐다. 그만큼 사자가 먹이를 움켜잡고 으르렁대며 씹듯이 말씀을 씹고 읊조리며 중얼거리는 걸 말한다.

모든 죄는 생각에서부터 비롯된다. 그 생각을 지키는 좋은 방법은 말씀을 씹는 데 있다. 말씀을 되새김질하듯 중얼거리며 말씀을 씹어 삼킬 때 그 말씀의 소리가 내 육신의 생각을 바르게 세운다. ‘하가’를 통해 내 심령에 말씀을 새길 때 내 영의 생각이 활성화된다. 하나님의 말씀이 빛이 된 게 그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영이요 생명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내 심령의 소리로 발산하며 입으로 씹어 삼킬 때 그 소리를 타고 말씀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영이 역사하는 것이다. 그때 그리스도의 영이 내 생각에 미치고 내 삶에 계시의 빛이 주도권을 갖게 되는 것(수1:8)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하가'로 뿜어낸 기도야말로 하나님께서 가장 잘 들으신다.”(Prayer that is born of meditation upon the Word of God is the prayer that soars upward most easily to God’s listening ears.)

척박한 강원도 황지에서 예수원을 운영하며 〈산골짜기에서 온 편지〉를 썼던 대천덕 신부의 할아버지 ‘르우벤 아쳐 토레이’(R.A.Torrey)의 말이다. 15세에 법률을 공부하기 위해 예일대학교에 들어갔던 그는 어머니의 기도와 D. L. 무디의 영향을 받아 1928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기까지 탁월한 전도자와 설교자와 저술가로 살았다. 그의 삶을 본받은 대천덕 신부도 아무 것도 없는 강원도 황지에서 예수원을 설립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있는 말씀임을 입증했다.

코로나 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권은 이전투구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집어 삼키려고 혈안이다. 또 다른 지구 반대편에서는 식량 문제로 아우성이다. 고통당하는 이들의 외침에 하나님은 귀먹은 하나님이실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런 상황일수록 하나님의 말씀을 소리내서 씹어 삼키는 ‘하가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400년간 애굽에서 고통당하는 이스라엘의 백성들을 해방시켜주시고 빈 하늘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이셨다. 그들의 으르렁거리는 기도를 하나님은 결코 외면치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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