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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묵상LifeBible

춘설이 분분해 매화가 필지말지 헷갈릴지라도

by 권또또 2022.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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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예배당 옆 텃밭의 양배추

 

어제가 입춘(立春)이다. 봄이 선다는 날이다. 물론 봄이 들어선다는 입춘’(入春)이란 말도 좋을 것 같다. 봄이 들어오면 좋은 일도 함께 온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봄이 온다고 하는데 왜 갑자기 눈발이 날리는 걸까? 춘설(春雪)이 분분해서 매화(梅花)가 필지 말지 헷갈리지 않을까 싶다.

 

오늘과 내일 밤사이 전남 지역에 5cm이상의 눈이 내릴 것을 예보하고 있다. 더 큰 폭설이 내리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물론 더욱 큰 걱정은 오미크론 확진자다. 명절이 지난 어제오늘 전남 지역 확진자가 1,000명대에 다다르고 있다. 감기 증상보다 가볍다고 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최종변이라고 해서 마음이 놓이지만, 춘설(春雪)이 분분하듯 그 또한 분분해서 일상의 매화가 피어오를지 헷갈릴 것 같다.

 

그래도 고목에도 어김없이 봄이 피어 오르듯 꽃은 꽃대로 풀은 풀대로 피어오를 것이다. 춘설 눈발이 아무리 매서워도 매화꽃도 기어코 피어오를 것이다. 설 명절 이후 오미크론 확진자가 폭증한다 해도 그 기세는 다시금 꺾일 것이다. 교회 예배당 옆 텃밭의 양배추도 눈의 무게에 짓눌려 고개를 떨구고 있지만 머잖아 일어설 것이다.

 

 

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내가 한 일을 칭찬하고, 나를 직접 본 사람들은 내가 한 일을 기꺼이 자랑하고 다녔다. 내게 도움을 청한 가난한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구해 주었는지, 의지할 데가 없는 고아를 내가 어떻게 잘 보살펴 주었는지를 자랑하고 다녔다. 비참하게 죽어 가는 사람들도, 내가 베푼 자선을 기억하고 나를 축복해 주었다. 과부들의 마음도 즐겁게 해주었다. 나는 늘 정의를 실천하고, 매사를 공평하게 처리하였다. 나는 앞을 못 보는 이에게는 눈이 되어 주고, 발을 저는 이에게는 발이 되어 주었다.”(29:11-15, 표준새번역성경)

 

욥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구제한 일들을 떠올린 이야기다. 이것은 욥이 세 명의 친구들과 논쟁을 벌인 대화가 끝난 직후에 한 말이다. 욥기서 4장부터 시작된 그들과의 논쟁이 27장에 이르러 끝이 났고, 28~31장까지는 연극으로 치자면 막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만큼 욥은 무대가 내려진 상태에서 홀로 독백으로 읊조리고 있는 것이다.

 

욥이 홀로 읊조리는 그 장면 속에서 왜 그렇게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준 일을 밝히는 걸까? 그만큼 그는 하나님의 은혜로 부요하게 살았지만 자기 소유를 나누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 삶을 고백한 것은 자신이 악인들의 꾀를 좇거나 죄인들의 길에 들어서거나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않았음을 밝힌 것이다. 그것은 세 친구가 여태껏 욥을 인과응보식으로 정죄한 주장이 그릇된 것임을 천명하고자 한 셈이다.

 

사실 욥기서 초반부를 보면 욥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라고 소개한다. 아들 일곱과 딸 셋도 있고, 양이 칠천 마리 낙타가 삼천 마리 소가 천마리 암나귀가 오백 마리가 있고, 종들도 많았음을 밝혀준다. 하지만 그가 가난한 자를 구제했다거나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봤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왜일까? 어쩌면 그것이 일상의 삶이었기에 굳이 베풀고 나눈 긍휼의 삶을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세 친구가 계속해서 욥을 정죄하기 때문에 욥은 막간을 이용해 자기 삶을 회고하듯 독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 친구들은 계속해서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면서, 심은 대로 거두는 법이라면서, 욥의 인생을 비난했다. 하지만 욥은 결코 그런 삶을 살지 않았음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오히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듯이, 어렵고 힘든 자들을 묵묵히 구제하며 살아왔음을 독백으로 읊조린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살아온 삶이 그릇되지 않았음을 욥기서 후반부에서 입증해 준다. 하나님께서 욥의 삶을 다시금 회복시켜 주시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그 친구들이 욥을 정죄한 관점이 잘못됐음을 일깨워주면서 욥을 향해 화목제를 드리도록 강권하신다. 그 후에 하나님께서는 욥의 인생을 다시 세워주신다. 매서운 한파가 지나가고 욥의 인생에 봄날이 오게 된 것이다.

 

춘설(春雪)이 분분해서 매화(梅花)가 필지 말지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다 해도 봄은 오고야 만다. 교회 텃밭의 양배추가 눈발의 기세에 억눌려 있다 해도 봄동은 피어나고야 말 것이다. 그때까지 욥의 삶처럼 오른 손이 한 일 왼손이 모르게 선을 행하되 낙심치 말아야 한다(6:9). 불의한 세력에게 짓눌릴지라도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어야 한다(16:6). 만사(萬事)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는 춘설이 분분해도 기필코 인생의 매화가 피어나게 하시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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