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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안에 닭들이 모처럼 달걀을 내놓았다. 겨우내 추위 때문에 그랬을까? 녀석들이 한두 달 넘게 달걀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부터 산뜻하고 고운 달걀을 선물로 내놓고 있다. 모두가 청계인 줄 알았는데 토종닭도 세 마리나 끼어 있다는 걸 알았다. 달걀 색깔이 모두 푸르지 않고 세 개가 노랗기 때문이다.
예배당 옆 텃밭의 마늘과 양파도 제법 키가 컸다. 추위에 납작 엎드려 있었는데 이제는 손가락 한 뼘 이상 자란 것 같다. 녀석들을 심을 때는 한 없이 작고 가냘펐다. 언제쯤 쑥쑥 올라올까 싶었다. 하지만 따뜻한 햇볕과 엊그제 내린 봄비를 받았는지 이렇게나 멋지게 뻗어 올랐다.
코로나 19로 고난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최근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물가도 치솟아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원도 삼척까지 번지고 있다. 다음 주 수요일에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있다. 오늘은 새벽기도회가 끝난 이후 6시가 넘어 사전투표를 하고 왔다.
하나님의 나라는 죽어서만 가는 천국을 뜻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통치권이 이 땅에 임하는 것도 하나님의 나라를 일구는 길이다. 그를 위해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신앙과 기도 뒤에 숨는 게 아니다. 이성과 양심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하나님의 일식처럼 뭔가 가려 있고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러나 겨우내 잠잠했던 닭들이 달걀을 내놓듯이 하나님의 선명한 응답이 임할 때가 있다.
“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나를 생각하사 응답하시고 나의 눈을 밝히소서 두렵건대 내가 사망의 잠을 잘까 하오며 두렵건대 나의 원수가 이르기를 내가 그를 이겼다 할까 하오며 내가 흔들릴 때에 나의 대적들이 기뻐할까 하나이다 나는 오직 주의 사랑을 의지하였사오니 나의 마음은 주의 구원을 기뻐하리이다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니 이는 주께서 내게 은덕을 베푸심이로다”(시13:3∼6)
다윗이 탄식하며 쓴 시다. 하나님의 응답하심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애를 태우는 기도다. 원수들이 자신을 에워싸는데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지, 자신이 번민하고 신음하는데 언제쯤 끝날지 모른다며 탄식하는 시다. 기약 없는 기다림을 언제까지 살아야 할지 답답해하는 모습이다. 이런 삶이 지속되면 자신을 조롱하는 이들이 더 기뻐 날뛸 것이라고 탄식한다.
시편은 총 150편으로 엮여 있다. 그것은 또 다섯 권으로 나뉜다. 유대인들이 모세오경에 따라 다섯 권으로 분류한 걸 따른 셈이다. 그 다섯 권의 시편 중에 다윗이 쓴 시라고 표제가 붙은 게 73편이다. 표제가 붙어 있는 않은 작자 미상은 50편이나 되지만 그중의 일부도 다윗이 쓴 시로 추정한다. 그런데 다윗이 쓴 시로 알려진 73개의 시편 중에 46개가 ‘고난의 시’다. 그중 제1권(1∼41편)에 해당하는 시편 중에 27편이 모두 ‘고난의 시’다. 절반 이상의 시가 고난의 시인 셈이다.
왜 그렇게 다윗은 고난의 시를 많이 썼을까? 다윗의 인생에는 왜 그런 고난이 많았던 걸까? 왜 그토록 그에게는 많은 대적자가 나타난 걸까? 하나님께서 다윗을 사랑하지 않은 까닭일까? 아니면 다윗이 육체의 일(갈5:19∼21)을 좇은 이유일까? 그렇지 않다. 다윗이 의롭고 선한 길을 추구했기 때문에 그런 고난과 원수를 만난 것이다.
그것은 신앙인들도 예외이지 않다. 주일날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주님 앞에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실한 크리스천의 자세가 아니다. 일상의 삶에서도 말씀과 기도로 살아가는 자들이 진정한 신앙인이다. 그런 신앙인에게조차 고난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살아갈수록 어려움과 고난이 몰려들 수 있다. 그때 다윗과 같이 하나님 앞에 탄식하고 간구하는 믿음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물론 다윗은 탄식하는 것으로 기도를 끝내지 않았다. 절망과 낙담 속에서도 언제나 끝부분에서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신뢰하는 기도로 끝맺었다. 다윗이 이전에 쓴 시들도 그랬다. 왜 그렇게 하나님을 신뢰하고 확신한 걸까? 7명의 형과 배다른 막내로 태어났을 때도, 홀로 양치기로 내몰렸을 때도, 19살에 왕이 되어 기름 부음을 받았지만 20대 초반에 8년 넘게 쫓겨 다닐 때도, 자신의 인생길을 예비해 놓으신 하나님을 경험한 까닭이다. 그래서 고난 속에서 탄식할지라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다.
진정한 신앙인의 믿음도 그와 같다. 내 상황이 이전보다 나아진 게 없을지라도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아무리 내 삶이 답답하고 우겨 쌈을 당해도 내 안에 함께 하시는 주님을 확신하는 한 결코 낙심하지 않는다. 내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님께서 그 모든 고난을 이길 수 있도록 힘과 능력을 주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그 모든 고난의 과정이 축복의 통로로 바뀐다는 것을 주님은 알게 해 주신다.
겨우내 잠든 닭들이 달걀을 내놓으니 세상이 환한 느낌이다. 추위 속에 납작 엎드려 있던 마늘과 양파도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라 좋다. 고난의 시간이 긴 것 같아도 돌이켜보면 금방 지나간다는 걸 알게 된다. 오십을 갓 넘긴 나도 언제 그 혹독한 불면증의 이십대를 겪었나 싶다. 다윗도 8년 넘게 도망치며 탄식할지라도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따뜻한 봄날을 맞았다. 우리가 그런 하나님을 신뢰하기에 흔들림 없이 현재의 고난을 밎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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