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왕국 유다의 13번째 왕 히스기야는 25살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요아스와 요시야가 각각 왕으로 등극할 때 나이가 7살과 8살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히스기야는 비교적 왕성한 열정과 힘을 가진 나이에 왕위에 오른 것이죠. 히스기야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젊은이의 열정이란 밤잠을 자지 않고 자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그것이 젊음의 열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그런 젊음의 나이에 왕으로 등극한 히스기야도 자신의 피끓는 청춘을 남왕국 유다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바치려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약소국에 해당하는 남왕국 유다가 마주한 국제정서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북이스라엘이 앗수르 제국에 의해 멸망받은 이후였고, 열강의 대국들이 남왕국 유다마저 집어 삼키려던 때였습니다. 그러니 그 당시의 약소국 왕들은 모두가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했고, 외교나 국방이나 정치와 경제에 기틀에 잡는데 주안점을 둬야 했죠. 한 마디로 자기 젊음의 힘을 온 국력을 키우는데 주안점을 둬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히스기야는 그런 주안점은 뒤로 한 채 오로지 하나님의 성전 제사를 다시금 회복시키는데 모든 총력을 기울였던 것입니다. 이것이 히스기야가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행한 모습이요, 그 모습을 일컬어 다윗을 닮았다는 평가한 성경의 근거였죠.
오늘 읽은 본문 말씀은 어제 읽었던 내용과 그 흐름을 같이하고 있죠. 히스기야 왕이 되어 대대적인 성전 정화작업을 벌였고, 성전제사가 멈춰진 그곳에서 제사를 드리기 위해 8일 동안 정결례를 시행한 모습이었죠. 모든 우상들을 말씀히 정리하고 청소해서, 이제 제사를 드릴 준비를 갖춘 상태였죠.
그리고 이어지는 본문 20절이 이렇게 증거하고 있습니다. “히스기야 왕이 일찍이 일어나 성읍의 귀인들을 모아 여호와의 전에 올라가서” 히스기야가 그 성전 정화작업을 시행한 이후, 아침에 일찍이 일어났다고 밝혀주고 있습니다. 마치 소풍가는 아이가 밤새 잠을 못 이루는 것처럼, 셋방살이하던 부부가 손수 가꾸어 장만한 집에서 잠을 자는데 너무나도 기뻐서 잠을 못 이루듯이, 새롭게 단장되고 정리된 그 성전에서 제사드릴 것을 생각한 채 잠을 못 잔 상태, 아니면 일찍 설레는 마음으로 일어난, 그런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합니까? 하나님의 성전에 아침 일찍부터 ‘귀인들’ 곧 문무백관들을 대동하여 제사를 드리고자 올라가죠. 마치 여러분들처럼 차가운 새벽공기를 가르며, 그 으스름한 새벽 시간에 하나님의 성전으로 올라가는 히스기야의 모습이고, 온 문무백관들의 모습입니다. 그때 그들의 심장이 어땠을까요? 오랫 동안 멈춰 있던 시계 바늘을 움직이는 것처럼, 뭔가 요동치는 느낌이지 않았을까요?
본문 21-24절은 히스기야 왕이 제사장들에게 짐승을 잡아 하나님께 드리게 하는 모습이죠. 번제와 속죄제를 드리는 장면입니다. 여기에서 수송아지 일곱 마리, 또 숫양 일곱 마리, 어린 양 일곱 마리, 숫염소 일곱 마리로 속죄제물을 삼았다고 했는데, 그 7마리는 단순히 7마리를 칭하는 게 아니라 완전수를 가리키는 것이죠. 그만큼 여태 멈춰섰던 번제와 속죄제를 이제는 완전히 드리겠다는 그런 의미 말입니다.
그야말로 영적인 암흑과 우상숭배의 길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유다 땅에 새로운 희망이 싹터 오르는 장면입니다. 온 이스라엘을 위한 속죄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제 25-28절은 성전에서 제사할 때 찬양을 담당했던 레위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히스기야는 다윗이 조직하고 개편했던 그 찬양대원들까지도 다시금 복원하는 모습입니다. 멈춰서 있던 제사를 복원하는 마음, 그래서 제사를 드리면서 용서받은 그 기쁨을 누리는 그 마음, 그런 마음과 자세를 담아 지금 찬양대원 레위인들이 하나님께 기쁨과 감격의 찬송시를 읊조리며 찬양하는 모습입니다. 그 얼마나 감격하겠습니까?
그 감격의 제사가 무르익을 무렵, 히스기야는 은혜와 감격의 여운에 젖이 있는 백성들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본문 31절입니다. “이에 히스기야가 말하여 이르되 너희가 이제 스스로 몸을 깨끗하게 하여 여호와께 드렸으니 마땅히 나아와 제물과 감사제물을 여호와의 전으로 가져오라 하니 회중이 제물과 감사제물을 가져오되 무릇 마음에 원하는 자는 또한 번제물도 가져오니"
자신이 주도했던 제사 외에 백성들아, 너희들도 이제부터는 자발적으로 움직여 감사의 제사를 드리도록 하라, 하고 권면한 것입니다. 우상에 사로잡혀 있던 백성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경배하지 못했던 백성들, 바로 그들이 이제는 주도적으로 나서서 하나님께 나아감으로, 하나님과 끊어진 관계를 복원하고 회복하는데 주력하라는 지침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자발적으로 각자의 손에 하나님을 향한 제물을 가지고 나왔다는 말씀입니다.
그 제물의 양이 실로 엄청났는데, 본문 32-33절에 따르면 수소 70마리 숫양 100마리 어린양 200마리 소 600마리 양 3000마리를 제물로 드렸다고 밝혀줍니다. 이토록 많은 제물을 잡기 위해 제사장이 부족한 상태였죠. 그래서 성결한 레위인들이 거들만큼 다 거들었고, 그런데도 제사가 쉬임 없이 계속된 상태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일이 고압적인 분위기로 행한 것이거나, 집단적인 최면상태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자발적으로 행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본문 36절 상반절은 이렇게 증언하고 있죠. “이 일이 갑자기 되었으나”라고 말입니다. 그야말로 왕이 하나님 앞에 중심어린 마음과 자세를 갖추자, 그 동안 매여 있던 백성들의 마음도 빗장 풀리듯 완전히 풀린 상태로 모두가 제 마음을 다해 하나님께 드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일이 갑자기 되었다고 증언한 것이죠.
백성들이 그렇게 엄청난 제물을 들고 오고, 또 제사장들의 인원도 부족해서 레위인들의 손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모두들 힘들고 어렵다는 아우성이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거기에는 아우성치는 소리가 아니라 기쁨의 소리, 즐거움의 소리, 곧 온 마음과 뜻을 모두어 하나님을 향해 즐겁게 찬양하는 소리만 울러퍼졌던 것입니다. 그만큼 이 일이 갑자기 된 일이긴 했지만 그만큼 자발적인 즐거움에 동참한 일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런 일은 초대교회에서도 일어났던 일입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현대적인 시스템이나 건물이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그저 각 가정에서 돌아가며 예배하고, 많이 모이면 유대 회당에서 모여 예배를 드리던 초대교회였죠. 그런데 그 초대교회에 베드로가 설교할 때 하루 3천명이 교회로 유입되는 그 상황에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치거나 길이 막혔다고 고함치는 그런 모습은 없었죠. 더 나아가 그들은 자신들의 전답도 팔아 교회에 가져왔는데, 그렇게 많은 것들이 벅차다고 또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없이, 모두가 즐거움으로 그 일에 동참했죠. 예기치 못한 그 일들을 아주 은혜 가운데 자연스럽게 진행했던 것입니다.
예기치 못한 그 일들을 은혜롭게 잘 헤치고 나갈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본문 31절에 “이 일이 갑자기 되었으나 하나님께서 백성을 위하여 예비하셨으므로 히스기야가 백성과 더불어 기뻐하였더라" 이른바 하나님께서 그 모든 것을 예비하셨다는 말씀이 진리요, 문제 해결의 실마리입니다. 국제정서 속에서 약소국가에 해당하는 남유다의 히스기야 왕이 다른 인간적인 방법보다, 오직 하나님을 향한 생각에 자기 젊음을 바치며, 불을 지필 때, 그것이 유다 백성들의 심장에 붙을 붙여 전이 되었고, 그래서 많은 짐승들을 가지고 와서 번제와 속죄제물로 드렸는데, 갑작스레 몰려든 그 많은 제물들도 그들이 힘을 모아 모두 감당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성령님께서 우리의 마음 속에 새겨주시는 음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 속에 풀어가야 할 일들이 많지만 그 방법을 인간적인 방법을 앞세우기보다 먼저 하나님 중심으로 행하며 예기치 않는 풍성한 은혜를 맛보게 될 것이고, 거기에 참된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랑하시는 주님. 나라의 위기앞에 히스기야는 근심과 불안에 매몰되지 않고 먼저 하나님을 향한 자세를 갖췄습니다. 삶의 우선순위를 하나님께 드리리는 열정을 불태울 때 온 백성들에게 그 마음이 전달되어 예기치 않는 은총도 덧입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저희들의 우선순위도 먼저 하나님의 나라에 두게 하시고, 그 열정이 다른 이에게도 흘러들어가 크신 은총을 덧입는 계기가 되게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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