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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에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를 찾아갔다. 엄마는 ‘삥아리 새끼들 왔네!’ 하면서 반갑게 맞아줬다. 올해 울 엄마는 91세다. 엄마 손가락을 보니 오래된 대추나무처럼 마디마디가 뒤틀려 있다. 열매를 내놓는 유실수들은 오래될수록 그런 모습을 보인다. 어디 엄마 손가락만 그렇겠는가? 일곱 남매 자식들에게 모유를 먹이던 젖무덤도 이제는 숭고할 만큼 가엽기 그지없다.
1936년 9월 1일에 태어난 엄마는 일제 강점기 때 야학으로 글을 뗐다. 암산은 나보다 월등하다. 19살에 시집을 온 엄마는 모진 시집살이를 했다. 할머니한테 부지깽이로 맞아 피멍들 정도였다. 궁핍하던 시절 일곱이나 났으니 오죽했으랴. 내 아래 여동생은 피투성이로 세상을 떴으니 평생 한이었을 것이다. 그 힘든 시절 시댁을 떠나지 못한 것은 커가는 자식들이 눈에 밟힌 까닭이다. 이제는 그런 엄마와 작별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가로등도 이웃도 없는 집에서 말이야. 눈이 내리면 고립되고 전기와 물이 끊기는 집 말이야. 밤새 팔을 휘두르며 전진해오는 나무가 있는 곳. 내 하나만 건너면 몰살되고 불탄 마을이 있는 곳 말이야.”(195쪽)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나오는 말이다. 제주도 한라산 ‘중산간 마을’을 일컫는 것이다. 중심인물은 소설가 ‘경하’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인선’이지만 액자소설처럼 인선의 어머니가 겪은 일이 핵심이다. 1948년 일어난 제주 4·3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서북청년단은 이승만의 개인 사병처럼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제주도에서 삼만 명을 살해했다. 그중 열 살 미만의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다.
그들은 좌익 게릴라를 토벌하러 온 게 아니었다. 전방에서 북한군과 마주하는 건 무섭고 이북에서 빈털터리 신세로 쫒겨났으니 안전한 후방의 제주도에서 화풀이하고 범죄 수익도 노리고자 한 것이다. 인선의 어머니는 그 피해를 규명하고자 50년간 가슴에 활활 타오르는 불을 안고 살았다. 그 아픔과 작별하고자 해도 작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서북청년단 80~90%가 이북에서 독실한 개신교도였다. 그들은 월남 후 영락교회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 조직이 해체된 후에는 대부분 개신교 목사나 집사로 활약했다. 자연스레 교회 내에 극단적인 반공주의를 가르쳤다. 현재 극단적인 반공주의 이념에 기독교 우파가 대거 포진돼 있다. 일각에서는 전광훈과 사랑제일교회가 서북청년단의 충실한 계승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서북청년단의 역사적 만행을 알고 있는 이들은 그들과 작별해야 한다.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마4:19)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형제 안드레를 제자로 삼고자 부르셨다. 그들은 곧장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우리말 ‘따라오라’는 헬라어 ‘듀테’(δεῦτε)는 ‘여기로 오라’(come here)는 ‘듀로’(δεῦρο)의 복수형 부사다. 이 단어가 구약성경에서 ‘야라크’(יָלַךְ, 창12:5)로 쓰였다. 그것을 파자하면 목자가 지팡이로 양을 이끄는 형국이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만이 참된 안식(마11:28)과 영생(마25:34)을 얻는 길임을 뜻한다. 그를 위해 베드로 형제는 그물과 작별한 채 예수님을 따라 나섰다.
익숙한 것과 작별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기댈 게 많고 사람과 재물이 뒤따르는 것은 더욱 힘들다. 그래도 참된 안식과 영생을 얻는다면 그 누군들 그 무엇이든 작별치 못하겠는가? 시부모가 죽자 조상신과 작별한 채 주님을 따라나선 울 엄마도 이제 영생의 나라로 들어설 준비를 하니 기쁘게 작별할 때가 됐다. 이 땅의 크리스천들도 서북청년단의 망령에 사로잡힌 기독교 우파와 작별해야 진리를 볼 수 있다. 베드로 형제가 그물을 버려두고 온전히 주님을 따랐듯이 말이다(마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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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일생과 편지 | 바울은 누가 뭐래도 복음 전도자였다. 그가 복음 전도자로 활동한 것은 그의 곁에 위대한 동역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나바, 디도, 실라, 디모데, 누가, 루디아, 야손, 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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