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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작품이 걸려 있는 미술관에 가면 저마다 품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기업가는 그림 속에서 무언가 가치가 될만한 것 곧 사업성이 있는 걸 찾고자 할 것이다. 소설가는 미술관의 그림을 보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창작하고자 할 것이다. 직장인은 미술관의 여러 작품을 통해 하루의 위로를 얻고자 할 것이다. 그림 속의 키워드는 그만큼 무궁무진하다.
“미술가들은 매일 무수히 한계에 부딪히고 매일 부단히 판단 중지를 행한다. 그리고 순수한 눈으로 깊이 들여다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몇 시간 동안 그림을 하나도 그리지 않고 바라보기만 한 적도 많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미술가들은 새로운 패턴을 찾고 양식과 기법을 창안하고 가치와 의미를 발견한다. 이 활동 과정에서 새로운 혁신이 초래되고 창조가 이뤄진다.”(12쪽)
이주현의 〈혁신의 미술관〉에 나오는 말이다. 수 없이 많은 미술가들이 저마다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자신만의 고민과 연구 끝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그것이 새로운 미술 세계를 창안하게 된 계기이고 새로운 혁신을 만든 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주현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신문사 문화부 기자를 거쳤다. 학고재 갤러리와 서울미술관 관장까지 역임했다. 그는 미술평론가로서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기업인을 대상으로 미술에 리더십을 접목한 강의도 했다. 이 책에서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르네상스, 이후 근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업적을 남긴 미술가들의 혁신 비결이 무엇인지 성찰케 한다. 그것을 현대사회의 경제와 산업 분야까지 접목해 준다.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는 누구나 알 듯 자동차의 소유를 ‘민주화’한 사람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위독해서 말을 몰아 의사에게 달려갔으나 돌아왔을 때는 안타깝게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말보다 빠른 탈 것에 대한 갈망이 이때 생겨났다고 한다. 그 갈망이 그의 자동차 사업에 의미와 추진력을 더해주었다. 화가였던 새뮤얼 모스는 멀리 출타 중에 아내의 발병 소식을 들었지만 인편으로 소식을 접한 탓에 집에 돌아왔을 때는 장례식까지 끝난 뒤였다 그것이 한이 되어 전신 기술과 모스부호를 개발했으며 전신을 민주화했다.”(93쪽)
이는 ‘메디치 가문’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하다 헨리 포드와 새뮤얼 모스의 혁신을 이야기한 내용이다. 이주현은 가와사키의 시각을 빌려 메다치 가문이야말로 르네상스 시대 대혁신가(家)였다고 말한다. 비록 그 가문은 대금업이 주요 업이었지만 여러 예술가를 지원하여 그 시대의 문화 대혁신을 이뤄냈다고 설명한다.
물론 어떤 비즈니스도 단순히 이익이나 이윤을 추구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특정 가문이나 기업은 단순한 이익을 뛰어넘어 보다 큰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경제적인 가치도 창출치 못하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다. 메디치 가문뿐만 아니라 요즘의 대기업들이 사회공헌에 힘을 쏟는 이유도 그것이다. 헨리 포드와 새뮤얼 모스도 그런 의미를 고민하던 끝에 대혁신의 결과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미술은 단순화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예술이다. 특히 추상미술은 단순화의 힘과 가치에 대해 매우 강력하고도 선명한 에너지를 전해준다. 추상미술을 뜻하는 여어 ‘앱스트랙트 아프abstract art’의 앱스트랙트가 ‘추출하다’는 뜻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추상미술은 대상으로부터 다른 것들은 다 사상하고 정수 혹은 중요한 특질을 뽑아내어 표현하는 미술이다. 한 마디로 지극한 단순성을 추구하는 예술이다.”(173쪽)
이는 피터르 몬드리안의 《빨강, 파랑, 노랑이 있는 구성》 작품을 설명하기 위한 밑그림과 같은 설명이다. 많은 미술 작품 가운데 사물과 공간을 단순화해 표현한 작품이 때로는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크 로스코의 《No. 14. 1950》이란 작품도 마찬가지고 한다. 그 작품 역시 빨강과 검은색이 대조를 이루는 단순한 작품이지만 그 속에 ‘휴먼 드라마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그런 작품들을 설명하고자 이주현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먼저 꺼낸 것이다. 스티븐 잡스도 실은 ‘단순화의 화신’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주현은 아이작슨이 말한 것도 인용해서 말한다. “잡스가 버튼을 제거하여 장치를 단순화했고, 기능을 줄여 소프트웨어를 단순화했고, 옵션을 없애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했다”고 말이다.
그것은 맥도날도에 관한 설명도 마찬가지다. 맥도날드 역시 메뉴의 다양성을 포기하고 재료 공급과 식당 운영 음식 조리와 제공 과정을 극도로 단순화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 식당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보편화한 기업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떤가? 이 책은 단순히 미술 작품을 해설하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기업인을 대상으로 미술에 리더십을 접목한 강의를 했다고 했는데 어쩌면 그 부분에 특화된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이 책은 소설가나 일반 직장인들까지도 소화할 수 있는 책이다. 그 대상이 누구든지 간에 미술관의 작품을 통해 남다른 성찰과 통찰력을 얻고자 한다면, 자기 일에 혁신의 기회를 얻고자 한다면, 한 번쯤 읽어볼 책이지 않나 싶다.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761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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