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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묵상LifeBible

소를 살려내려 허겁지겁 뛰어가던 아버지

by 똑똑이채널 2024.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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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 동네에 소를 키운 집들이 몇 있었다. 소가 새끼를 낳고 그 새끼가 또 새끼를 치니 재산 목록 1호였다. 소로 쟁기질하던 아버지에게 처음 그걸 배울 때 두려웠다. 그 소가 뒷발질로 날 차는 건 아닌지 걱정했던 까닭이다. 그 소로 달구지를 끌 때면 이젠 나도 다 컸나 싶어 우쭐했다. 그 소가 어쩌다 줄에 꼬여 왼쪽으로 드러눕는 걸 보면 아버지는 숨 막힐 정도로 뛰어가 소를 일으켰다.

 

‘그의 소는 민족을 상징하는 게 아니라 피투성이인 그의 몸부림이었다.’ 최열의 〈이중섭, 편지화〉를 읽고 든 생각이다. 이중섭은 유학 때 만난 마사코와 1945년 원산에서 결혼했다. 1950년 부산을 거쳐 제주도 서귀포 쪽방에서 살았다. 1952년 생활고로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냈고 1년 후 ‘제주도 풍경’이라는 첫 엽서화를 보냈다. 그 뒤 대구 다방에서 ‘은화지’를 처음 그렸고 가족을 갈망하며 여러 편지화를 보냈다. 1956년 그의 나이 40에 서대문 적십자병원에서 무연고자로 숨을 거뒀다.

 

소 그림으로 국민화가 반열에 올랐고 엽서화의 창시자가 됐지만 그는 비운의 화가였다. 천재적인 소질과 달리 그림이 팔리지 않아 힘겹게 산 까닭이다. 시인 구상 선생이 그를 보살폈고 화가 김환기도 도왔다. 김우진과 차범석과 김지하와 김현이 목포 ‘오거리다방’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주도로 향하던 그도 그곳에 들러 차를 마셨다. 하지만 그토록 갈망하던 가족들과 함께 살지 못했다. 살아생전 가족을 그리워하며 많은 편지화를 그렸다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가 소를 끌고 아내와 두 아들을 달구지에 태우고 남쪽 나라로 향하는 그림과 함께 작은 편지를 써 보낸 엽서화는 가장 인상적이다.

 

나는 선한 목자라 나는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10:1415)

 

요한복음에 나오는 네 번째 ‘에고 에이미’(εγω ειμι)다. ‘나는 생명의 떡이다’(요6:35),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8:12,요9:5), ‘나는 양의 문이다’(요10:7) 그리고 ‘나는 선한 목자다’ 하신 것이다. 양들의 주인은 이리와 같은 맹수 앞에서도 양을 지키려 하지만 품삯을 받고 양을 친 노동자는 줄행랑 쳤다. 예수님은 양들을 위해 제 목숨을 끝까지 내놓은 것이다. 왼쪽으로 누워 곧장 죽어가던 소를 살려내려 허겁지겁 뛰어가던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2024년 6월 6일 권성권 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9885990

 

[전자책] 귀먹은 하나님 응답하소서

성경으로 문화 읽기를 접목한 세 번째 책이다. 첫 책은 출애굽기로부터 시작해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까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두 번째 책은 여호수아로부터 시작해 사사기, 룻기, 사무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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