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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화한 병아리 한 마리가 죽었다. 못 먹어서 그랬을까? 어미 닭에 밟혀서 그랬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늘 아침엔 또 한 마리가 부화했다. 한꺼번에 쑥쑥 나왔으면 좋겠는데 가뭄에 콩나듯 한다. 그 녀석을 재빨리 꺼내 종이 상자에 담았다. 종이컵을 잘라 물을 줬고 사료도 넣어줬다. 병아리 한 마리를 살려내는 게 쉽지 않은데 새우를 키우는 조〇균은 얼마나 노심초사할까 싶다.
점심 무렵엔 말벗이 필요한 형님을 만나 밥을 먹었다. 커피도 마시면서 그렇게 권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밖을 나가 땀을 흘리고 피곤한 몸을 만들라고. 황창연 신부도 그랬다. 나이 들어 집에 틀어박혀 있으면 우울증과 치매를 부른다고. 늙으면 매일같이 집 밖을 나돌아다니고 그러다 지쳐 잠들다 죽는 게 좋은 거란다. 병아리를 돌보든 새우를 키우든 나이 들어 집밖을 나돌든 그 자체가 신비로운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거다.
‘예술은 무의미한 것에서 의미를 발견해 내는 일이다.’ 조원재의 〈삶은 예술로 빛난다〉를 읽고 든 생각이다. 흔해 빠진 돌, 물방울, 낡은 빨래판 등 익숙하고 평범한 것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게 예술이란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 뭉크의 잘린 통나무, 밀레의 농부, 이우환의 돌, 김창열의 물방울, 김수자의 바느질이 특별한 이유란다. 누구든지 정답이 없는 예술과 대화하기 시작할 때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단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를 해석하는 그의 관점도 그랬다. 그 그림 자체가 무미건조한 반복처럼 보이지만 이우환은 어릴 적 어머니의 쌀 씻는 행위로부터 모티브를 얻었단다. 어머니는 매일 똑같은 쌀을 씻고 있었지만 매 순간 자식들의 희망을 내다봤다는 거다. 빈센트 반 고흐의 20대가 반복된 번데기 삶이었다면 프랑스 남부 아를로 간 35세부터 3년간은 나비로 날아올랐단다. 고흐의 예술세계는 그때 태어난 것이고. 예수님의 공생애 3년을 연상케 한다. 반복된 일상이 남다른 예술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명절 끝날 곧 큰 날에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요7:37∼38)
1주일간 지키던 초막절(레23:34) 끝날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가 한 말씀이다. 주님을 구주로 믿는 자들에게 성경의 이름(출17:6,요4:14)과 같이 배에서 생수가 흘러넘칠 거라고. 생수란 성령(요7:39)이다. 그건 특별한 기간이 아니라 일상의 반복된 순간순간 주님께 목말라 하는 자에게 부어주신다. 40일특별새벽기도회나 특별작정기도회가 성령의 요술방망이는 아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듣도 보도 못한 색과 형과 향을 지닌 성령이 임하신다. 일기일회(一期一會)다. 평범한 일상이 ‘순간의 신비’를 함축하는 예술세계다.
2024년 5월 30일. 권성권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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