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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병아리 한 마리가 부화했다. 22개 알에서 그 한 마리가 깨어난 것이다. 비가 오던 주일 오후 짬밥을 넣어주려 닭장을 찾았다. 그때 알을 품고 있던 암탉 두 마리가 재빨리 밥을 찾아 나왔다. 그 순간 여러 알 사이에서 삐악삐악하는 소리와 함께 갓 깨어난 병아리가 서툰 몸짓을 하고 있었다. 가련하지만 찬란한 그 몸짓의 부화도 줄탁동시(啐啄同時)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삶의 여정은 어떤 방향도 목적도 없다. 다만 살아가는 구체적인 장면 속에서 매 순간 새롭게 구성된다.’ 탁현민의 〈사소한 추억의 힘〉을 읽고 든 생각이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볼 때 그는 마치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았다. 하지만 날카로웠다. 이 책에서 만난 그는 누구보다도 감성이 풍부했고 정도 눈물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군대 전역 후 낚시터에서 김밥 말은 신문지에 실린 신영복 교수의 ‘더불어숲’ 여행기를 읽고 그 대학에 편입했다. 그때 일주일에 한 번 신영복 교수를 만나 자신이 쓴 글로 대화하며 줄탁동시의 성찰을 가졌다. 그 길목에서 양정철과 문재인과 문성근도 만났다. 존재보다 관계 속에서 새 길이 열린 것이다. 분노할 일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작지만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이겨내왔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때는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거니와 너희 때는 늘 준비되었느니라.”(요7:6)
예수님은 오병이어 기적 후 자신을 생명의 떡이라고 했다. 많은 유대인은 떠났고 그 곁을 제자들이 지켰다. 그 후 초막절을 맞아 예수님의 형제들은 그 활동무대를 예루살렘으로 옮기도록 청했다. 평소 3∼4만의 예루살렘이 명절엔 2∼3백만은 몰려들었으니까.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때로 본 거다. 하지만 주님은 십자가 때까지 6개월은 더 남았다고 본 거다. 줄탁동시는 신앙에도 필요한 이치다.
2024년 5월 27일 권성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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