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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문은 ‘그 때에’라는 시제를 나타내는 말로 시작합니다. 선지자가 이렇게 시간을 나타내는 이유는 이 시간적인 표현 속에 중요한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에 히스기야가 병들어 죽게 되니 아모스의 아들 선지자 이사야가 나아가 그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너는 네 집에 유언하라 네가 죽고 살지 못하리라 하셨나이다 하니”(1절)
오늘 본문은 37장 다음에 배열돼 있습니다. 그래서 히스기야가 병에 걸린 사건이 산헤립의 대군을 물리친 이후에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때에’라는 말은 히스기야 왕이 처해 있는 시대적 상황을 가리킵니다. 정확하게는 히스기야 14년, 즉 이사야 36장 1절에서 앗수르의 산헤립 왕이 유다를 삼키기 위해 무자비한 공격을 감행하던 바로 그때였습니다. 당시 앗수르는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워 주변의 나라들을 모조리 쓸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산헤립 왕은 당시 열강 중의 하나였던 이집트와 이디오피아 연합군까지 격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군사력 앞에서 히스기야는 왕궁의 보물은 물론 심지어 성전에 입힌 금을 모조리 벗겨내면서까지 굴욕적으로 조공을 바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산헤립은 예루살렘으로 진격하면서 유다의 숨통을 점점 죄어왔습니다. 왕위에 오른 이후 14년 동안 신실하게 종교개혁을 단행해왔지만 외세의 침입에 대해서는 턱없이 열세에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에’라는 표현에는 바로 그런 절망적인 시대적 상황이 포함돼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히스기야는 중병에 걸려 위독한 상태에 처했습니다. 이런 히스기야에게 하나님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말씀하게 합니다. “너는 네 집에 유언하라 네가 죽고 살지 못할 것이다”하고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잔인한 메시지이지 않습니까? 우상숭배로 인해 북쪽의 이스라엘은 이미 역사에서 사라져버렸고, 25세의 젊은 청년기에 히스기야가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그가 아버지 아하스로부터 물려받은 유다 왕국은 영적 타락이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젊은 나이의 히스기야였지만 자기 나라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는 먼저 아하스가 굳게 닫았던 성전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그리고 제사장들과 레위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들을 통해 성전제사를 회복시켰습니다. 절기를 지키고 하나님을 예배하면서 백성들은 참된 기쁨을 경험했고, 자발적으로 각종 우상들을 깨뜨리고 산당들을 제거했습니다. 그야말로 종교개혁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종교개혁이 미처 마무리되기도 전에 히스기야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그는 나라의 수장으로서 국난을 타개할 힘이 없는 절망감에 비틀거렸고, 중병으로 인한 고통했습니다. 고통스러운 심정을 그는 이렇게 기록해두었습니다. 본문 10-15절의 공동번역이에요.“나는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한창 살 나이에 저승의 문에 들어가야 하는구나. 남은 세월을 빼앗기고 마는구나.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사람이 사는 이 땅에서 다시는 여호와를 뵙지 못하고 이 지구 위에 사는 사람을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겠구나! 나의 초막은 목동의 초막처럼 뽑혀 말끔히 치워졌습니다. 당신께서는 직조공이 천을 감아 들이듯 나의 목숨을 감아 들이고, 베틀에서 자르듯 자르십니다. 해가 떠도, 해가 져도 당신께서는 나를 보아 주시지 아니하십니다. 아침이 되도록 나는 호소합니다. 주께서 사자같이 나의 뼈를 부수십니다. 해가 떠도, 해가 져도 당신께서는 나를 보아 주시지 아니하십니다. 내가 제비처럼 애타게 웁니다. 비둘기처럼 구슬프게 웁니다. 내 눈은 높은 곳을 우러러 보다가 멍해집니다. 나의 주여, 괴롭습니다. 나를 보살펴 주십시오. 내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무엇이라고 주께 아뢰겠습니까? 주님께서 하신 일인데! 내 마음의 슬픔 때문에 잠도 멀리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이런 히스기야에게 하나님은 참으로 무자비한 메시지를 전하게 한 것입니다. “너는 네 집에 유언하라. 네가 죽고 살지 못하리라.” 히스기야가 왜 자신의 죽음 앞에서 심히 통곡하며 기도했는지 이해가 되십니까? “히스기야가 얼굴을 벽으로 향하고 여호와께 기도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구하오니 내가 주 앞에서 진실과 전심으로 행하며 주의 목전에서 선하게 행한 것을 기억하옵소서 하고 히스기야가 심히 통곡하니.”(2-3절)
히스기야는 죽음의 메시지를 듣고서 벽을 향해 돌아앉아 그대로 통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히스기야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놀랍도록 빠릅니다. “이에 여호와의 말씀이 이사야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너는 가서 히스기야에게 이르기를 네 조상 다윗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 내가 네 수한에 십오 년을 더하고 너와 이 성을 앗수르 왕의 손에서 건져내겠고 내가 또 이 성을 보호하리라(4-6절)
열왕기하 20장 4절에는 죽음의 메시지를 전하고 나간 선지자가 예루살렘 성읍 가운데까지 이르기도 전에 여호와의 말씀이 임했다고 증거합니다. 하나님은 마치 히스기야가 부르짖으며 기도하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처럼 신속히 응답한 것이죠. 곧바로 죽을 거라고 말씀하신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기도하자마자 그 모습이 바뀝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고 보니, 히스기야에게 “너 유언 남길 준비해. 곧 죽을 거야”라고 말씀하신 것부터가 이상합니다. 심판의 메시지가 아닌 다음에야 하나님은 누구에게도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히스기야는 그만큼 영적 타락이 갈 데까지 갔던 유다 왕국을 물려받았습니다. 나라가 살고 자신이 살 길은 오직 여호와 신앙을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고 믿은 이 서른 살의 군주 히스기야는 자신의 젊음과 열정을 하나님을 사랑하고 백성들을 사랑하는 데 쏟아 부었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신실했던 하나님의 사람이었고, 저 위대한 다윗과도 견줄 수 있는 성군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히스기야를 궁지로 몰아 넣으셨습니다. 앗수르의 끝없는 대군 앞에서 히스기야는 절망하고 또 절망했습니다. 거기에다, 자신의 육체는 중병이 들고 말았습니다. 하나님마저 자신을 버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히스기야가 바친 자신의 청춘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습니까? 히스기야가 바친 그 희생과 헌신은 그 누가 보상해줄 수 있습니까? 그러나 히스기야는 자신의 흘러간 청춘을 안타까워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쏟아 부었던 모든 수고가 허사였음을 한탄하거나 원망하지도 않았습니다. 본문 3절에 “여호와여 구하오니 내가 주 앞에서 진실과 전심으로 행하며 주의 목전에서 선하게 행한 것을 기억하옵소서.” 히스기야는 자신과 나라를 올바로 세우는 길이 하나님 앞에서 진실과 전심으로 행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 보시기에 올바르고 정직하게 행하는 것이 나라의 지도자로서 해야 할 일임을 알고, 그렇게 살아온 것입니다. 이제 자신의 생명이 끝나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할지라도,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행한 모든 것을 영원하신 하나님만은 기억해달라고 간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히스기야의 기도였습니다. 하나님은 히스기야를 절망과 죽음으로 몰아넣고 거기서 끝장내시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시대의 절망과 죽음과도 같은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히스기야를 통해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상황들이 많이 있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들이 있습니다.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들로 인해 절망스러우십니까? 그래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으시는 하나님이 잔인하다고 여겨지십니까?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에 귀를 기울이고 계시고, 우리의 눈물을 보고 계시는 분입니다.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5절) 그렇기에 오늘 우리 주변의 상황이 아무리 절망스럽다 할지라도 우리는 결코 절망하지 마십시다. 그리스도인의 능력은 이 땅에서 일어나는 상황 속에 있는 게 아니라 하늘을 올려다보는 믿음에 있습니다. 오늘 하루도 위에서 주시는 능력을 덧입으며 사는 한 날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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