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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2022년도 들어 처음으로 안과에 갔다. 2∼3년 전부터 봄만 되면 눈이 뻑뻑하고 가렵고 새벽마다 눈꼽이 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오는가 싶어서 안과를 찾은 것이다. 나는 안구건조증과 알레르기성 질환이 겹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병원을 찾았다.
한빛안과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붐볐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2층은 물론 3층까지 가득찼다. 그분들 틈바구니에서 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때 어떤 할머니가 간호사에게 약만 타서 간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요청했다. 그랬더니 1년이 지났으니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기다렸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그런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담당 의사는 봄만 되면 찾아오는 이 질환이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라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꽃가루나 미세먼지나 진드기 같은 것들이 눈꺼풀 주위에 달라붙은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때는 눈을 비비지 말고 눈을 감은 채 비눗물로 눈 주위를 씻어내면 된다고 했다.
그래도 조금은 심한 상태라 처방전을 통해 약국에서 약을 받아왔다. 그래서 눈에 안약을 넣었다. 그랬더니 한결 부드러워졌다. 오늘 새벽기도회 전에는 의사가 일러준 대로 비눗물로 눈 주위를 씻었다. 그랬더니 어제보다는 한결 좋았다. 육체를 위해 안약을 살 때, 비눗물로 눈 주위를 씻을 때, 안약을 사서 발라야 한다는 말씀(계3:18)이 떠올랐다. 세속적인 가치관으로 가려진 영적인 눈을 밝혀줄 진리와 성령의 안약 말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시23:1〜5)
시편 23편은 다윗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그려주는 시다. 다윗이 목자의 삶으로 살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 시를 쓴 것이다. 다윗은 배다른 8번째 아들로 태어나 일찍부터 목자의 삶을 살았다. 양들이 꼴을 먹을 수 있는 초장으로 인도했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물가로 이끌었다. 곰과 사자의 발톱이 들끓는 곳에서도 양들을 지키려 물맷돌 실력을 키웠다.
사실 양은 시력이 좋지 않다고 한다. 눈앞에 뭔가 움직이면 그것만 보고 따라간다고 한다. 잘 속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더욱이 다리가 약해 빠르지도 못하고, 중심을 잘 잡지 못해 한 번 넘어지면 일어날 줄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양들은 무척이나 이기적이라고 한다. 목자가 없으면 자기 먹을 것에만 정신이 팔려 제멋대로 가버린다는 것이다. 그만큼 양들 곁에 목자가 있다는 것은 생명의 품 안에 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목동 출신의 목사인 필립 켈러는 양들을 공격하는 가장 큰 원수는 파리 떼라고 한다. 쇠파리, 말파리, 뒤꿈치파리, 코파리, 사슴파리 등. 그중 코파리는 양의 코에 덮인 촉촉하고 끈끈한 점막에 알을 낳으려고 윙윙거리며 기회를 노린다고 한다. 만일 코파리가 그곳에 알을 낳아 며칠 내로 부화한다면 그 유충들이 양의 콧구멍을 통해 머릿속까지 파고들어 각종 질병을 유발한단다. 그러면 양은 고통스러워하며 양의 머리를 나무나 바위에 부딪치며 데굴데굴 구른다고 한다.1)
이때 팔레스타인의 목자들은 어떻게 할까? 그 목자들은 여러 가지 향료를 섞은 올리브 기름을 양의 코나 귀나 목이나 머리 주변에 발라준다고 한다. 고통이 심한 양들은 아예 기름통에다 양의 머리를 잠기도록 한다고 한다. 이유가 뭘까? 그때 사용하는 올리브 기름은 양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해준다고 한다. 더이상 파리 떼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다윗도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양을 돌보며 살았다. 그 까닭에 사울 왕에게 쫓기던 8년의 삶에도, 유다 지파의 왕으로서 7년에 걸친 난공불락의 여부스 성읍을 점령할 때도, 명실상부한 이스라엘 왕으로 주변 대적들을 물리칠 때도, 왕의 책무를 망각한 채 밧세바를 범한 죄악의 때도, 자식들이 피비린내 나는 일을 벌일 때도, 아들 압살롬이 쿠데타를 일으켜 왕궁을 빠져나갈 때도, 다윗은 참목자이신 하나님께 양으로서 자기 생명을 맡겼던 것이다.
영화 〈철가방 우수氏〉는 故 김우수 씨의 삶을 스크린에 담은 작품이다. 고아로 자란 그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육성회비가 없어 초등학교를 그만뒀고 구걸하다 감옥에 들어갔다. 그 감옥에서 어려운 아이들의 사연을 접하고 기부를 결심했다. 그때부터 교도소에서 일하며 받은 월급을 자선단체에 기부했고, 출소 후 중국 음식점 배달원 일을 하며 받은 월급 72만원으로 5명의 어린이를 후원했다. 그러던 2011년 9월 25일 교통사고로 천국으로 떠났다.
그의 생애를 그린 영화〈철가방 우수氏〉를 제작한 윤학렬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어려운 형편에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다섯 명의 어린이를 7년간이나 도운 김우수 씨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새벽 기도를 하는데 마음속에 계속 우수 씨 이야기가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그분이 일하시던 중국 음식점과 머물렀던 고시원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방문을 열어 보니 후원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사진과 함께 낡은 성경책이 책상 위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펼친 면을 보니 이런 구절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구절이 바로 시편 23편의 말씀이다. 그 말씀이 김우수 씨의 인생을 나눔의 삶으로 이끈 비밀이었다. 그는 여호와 하나님이 자신의 참 목자임을 알았고, 부족하지만 자기 삶에 만족하며 아낌없이 자기 생을 나눈 것이다. 짧지만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았던 그, 가난했지만 결코 가난치 않았던 그의 삶은 참 목자이신 하나님과 그 분의 말씀을 신뢰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시편 23편은 크리스천에게 많이 애송되는 시다. 아이가 태어난 가정에도, 젊은 남녀의 혼인예식에도 그리고 장례식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말씀이다. 그만큼 성도의 전 일생에 공감을 주는 말씀이다. 이 말씀으로 내 인생의 풍요를 채우려고 하기보다 좀더 나누지 못한 영적 소경의 눈을 밝히는 안약의 말씀으로, 곰과 사자의 발톱과 코파리 떼의 공격을 이겨내고 치유하는 성령의 기름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1)이동원, 〈나를 보호하는 하늘의 법칙〉(규장·2004), 125∼126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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