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고향

한 세기에 가장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던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가 있습니다.

그는 1980년 3월 프랑스 파리의 부르세 병원에 폐수종으로 입원했습니다.

그는 한 달 동안 이 병원에서 발악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온갖 소리를 지르고 찾아온 사람들을 향해 고함을 치며 절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 때문에 자기의 병명이 무엇인지 곁에 있는 아내에게조차 묻지 못했습니다.

그는 현대인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자유라는 수많은 수필과 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은 실로 비참했습니다.

 

1980년 4월 16일 그는 입원한 지 한달 만에 몹시 괴로워하다가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프랑스의 신문들은 샤르트르의 죽음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를 그렇게도 외쳤던 그의 말로가 이렇게 비참했던 이유에 대해 어떤 독자는 이렇게 신문에 투고했습니다.

“샤르트르의 말로가 그렇게도 비참했던 이유는 샤르트르에게 돌아갈 고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샤르트르에게는 진정으로 돌아갈 고향이 없었던 것입니다.

 

반면에 독일 고백교회 신학자인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aiffer)는 세계 대전 중에 독일의 수용소에서 나치에게 항거하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한 간수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습니다.

그는 직감적으로 이것이 자기의 마지막이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그때 그는 벌떡 일어나 감방에 있던 자기의 동지들에게 이렇게 인사를 했습니다.

“동지 여러분 이제 나에게는 죽음이 왔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이것은 마지막이 아니고 시작입니다.

주님께서 나를 위해서 예비하신 아버지의 집에서 만날 때까지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감방을 나서는 그에게서 놀라운 평안과 기쁨이 넘쳐났습니다.

그 감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충격과 감동으로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본 회퍼가 그토록 평안과 기쁨 속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은 돌아갈 고향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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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긴과 보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