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도는 ‘좋은 소식’ ‘나쁜 소식’ ‘환장할 소식’이 있다. 어떤 소식이 좋은 소식이고, 어떤 소식이 나쁜 소식이고, 또 어떤 소식이 환장할 소식일까요?
좋은 소식, 아이가 상을 타 왔다네!
나쁜 소식, 옆집 아이도 타 왔다네!
환장할 소식, 아이들 기 살린다고 전교생 다 주었다네!
좋은 소식, 살다 보니 남편이 처음으로 꽃을 가져왔네!
나쁜 소식, 그런데 국화꽃만 있네!
환장할 소식, 알고 보니 남편이 장례식장에 갔다가 아까워서 가지고 온 것이라네!
좋은 소식, 싼 가격에 성형수술을 했다네!
나쁜 소식, 수술이 시원찮아 다시 해야 한다네!
환장할 소식, 뉴스에 보니 그 의사가 돌팔이라 잡혀 갔다네!
좋은 소식, 남편이 진급했다네!
나쁜 소식, 새 비서가 엄청 이쁘다네!
환장할 소식, 근데 둘이 외국으로 출장 간다네!
어떤가? 그럴듯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2021년 한 해 동안 웃지 못한 날도 많았을텐데 이런 이야기라도 나누면서 웃는다면 좋을 것 같다.
사실 2021년 한 해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였다. 그 때문에 구글에서도 ‘둠스크롤링’(doomscrolling) 곧 ‘암울한 뉴스만을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행위’가 가장 유행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어온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한국의 위상을 세계 속에 드높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돈을 목적으로 삼은 채 인간의 존엄성마저 무참히 짓밟는 자본주의의 병폐는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지난 1월부터 12월까지 지나오면서 겪은 교회 안팎의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1월엔 교우들 기부금확인서를 떼주었고 지방회 감찰회와 서무부 모임을 연달아 가졌다. 지방회 서무부장을 맡으며 어려운 일을 헤쳐나왔다. 2월엔 정기 지방회가 있었고 88세된 울 어머니 틀니를 하기 위해 지도와 목포를 몇 차례 오간 일도 있었다. 3월엔 헌금봉투를 만들었고 4월엔 박남신 전도사의 목사안수를 축하했고, 이윤종 성도와 자녀들이 새롭게 출석했다. 5월엔 콜롬방제과점에서 부활절 빵을 준비했다. 6월엔 교도소에 복역 중인 집사님을 목포교도소에서 화상으로 면회했다.
후반기가 시작되는 7월엔 교도소 복역중인 집사님을 다시금 화상으로 면회했고, 맥추감사절 떡을 준비했다. 8월엔 코로나19 백신 2차접종을 했다. 9월엔 지방회 목사장로 체육대회에 참석했고, 10월엔 시험보는 자녀를 위해 집중적으로 기도했다. 11월엔 지방회 교역자회에서 주최한 완도수목원 여행길에 참가했고, 해남교소도로 이감된 집사님을 화상면회했고, 추수감사절 떡을 준비했다. 12월 초엔 고(故) 조승용 성도를 하나님 품에 보내드렸고 첫째주엔 사무총회를 했다. 그리고 지금 12월 마지막째주 송년주일을 맞이하고 있다.
돌아보니 아쉬움만 남는 것 같다. 좀 더 말을 걸고, 좀 더 무릎을 꿇고, 좀 더 섬겼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렇지 못한 부족함과 연약함만 눈에 선하다.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고, 너는 누군가에게 뜨거웠던 적이 있더냐고, 묻던 그 시인처럼 좀더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이 됐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책 두 권을 펴낼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은 작은 보람으로 다가온다. 그 중 한 권은 새벽기도회 때 묵상하고 연구한 내용을 보완하고 다듬은 것이다. 또 다른 한 권은 1월 달부터 12월 달까지 1주일에 한 편씩 목회일지처럼 써 온 것들을 엮은 것이다. 그 책에도 지난 1년간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기게 될 것이다. 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간다는 중국 속담 때문에 그렇듯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유다 사람들은 제비를 뽑는다는 뜻의 ‘부르’라는 말에서 이틀 동안의 이 경축일을 ‘부림’이라고 불렀다 모르드개가 지시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직접 보고 겪었으므로 모든 유다 사람들은 이 경축일의 전통을 그들의 후손들과 또 유다 사람이 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기로 합의하고 그 두 날을 매년 정한 때에 반드시 지키기로 결의하였다.”(에9:26-27,현대인의성경)
이 말씀은 2021년 12월 마지막 새벽기도회 때 살펴볼 에스더서의 끝부분 바로 앞장 부분이다. 페르시아의 아하수에로 왕 다음 가는 권력자 하만이 유다 민족을 몰살시키려고 하다가 도리어 그와 그의 가족이 몰살당하고 유다 민족이 구사일생 살아나는 날을 기념하여 지키는 ‘부림절’ 말씀이다.
본래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을 때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그 후손을 창대케 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런 유다 민족이 멸문지화할 위기 속에서 구사일생 살아나게 된 것은 하나님의 언약 때문이다. 비록 에스더서에는 하나님의 이름이 나오지 않고 하나님의 이름을 거명한 사람들조차 없지만 분명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이 역사한 일이었다.
그와 같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을 기록한 게 부림절의 기원이다. 죽음의 날을 떠올리고 구사일생 건짐받은 날을 기억하여 각각 이틀간 지키도록 한 날이 그것이다. 페르시아 왕 왕비 와스디 대신에 에스더가 왕후로 뽑힌 것도, 르드개를 매달고자 장대에 하만이 매달린 것도, 유다 민족이 도말당할 위기에서 살아난 것도, 모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 때문이었다. 그와 같은 역사적인 날을 기록으로 남겨 지키도록 한 것이다.
우리 집 큰 딸이 대학교 수시 몇 군데에 합격을 했다. 나는 대학교를 잘 선택하도록 격려했다. 그 와중에 일기장 하나를 샀다고 한다. 그걸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내년에는 하루하루 소중한 일들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이란다. 나는 아주 좋은 계획이라며 그 또한 격려해줬다.
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더 오래가는 법이다. 뭐든 기록으로 남기면 훗날 다시 돌아보게 된다. 2021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일들을 기록할 수 있는 것도 사무실 책상달력에 글을 남겨놓은 덕분이다. 그때 좋았던 일들이 무엇인지, 나쁜 일들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환장할 소식은 무엇인지, 하나 하나 읽어보며 반성케 된다. 그를 통해 새로운 한 해도 꿈꾸게 되는 것이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이다. 코로나19로 여전히 암울하긴 했지만 그래도 주님 안에서 좋은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다만 좀더 다가서지 못하고 섬기지 못한 부분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년에는 더 뜨겁게 사랑하고 섬기기라 다짐해 본다. 그런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주님 안에서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한 해를 살아오게 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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