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동안 우리 조상들이 그토록 목숨을 바치고 희생당하면서 되찾은 우리의 땅 예루살렘. 지금은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가 되었지만 이 도시를 되찾기 위해서 그동안 우리의 조상들이 우리의 부모들이 얼마나 고통을 당하고 고난을 당해 왔었던가.”
김종철 감독의 〈이스라엘 한바퀴〉에 나오는 이야기다. 예루살렘 내에 있는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둘러보고 한 말이다. 어떤 나라에서 찾아온 관람객이라 할지라도 1시간 반가량 그곳을 들어갔다 나오면 자신의 핏속에 유대인의 피가 흐르는 것처럼 유대인의 고난을 이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그 기념관의 마지막 코스는 ‘The Hall of Names’라는 방이라고 한다. 그 방 안의 천장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의해 희생당한 유대인의 이름과 사진이 하나도 빠짐없이 부착돼 있다고 한다. 물론 한쪽 면에는 아직도 비어 있는 공간이 있는데 언제라도 희생자가 나타나면 그들의 이름과 사진을 새긴다고 한다. 그만큼 이스라엘 나라는 단 한 사람의 희생자도 잊지 않고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일깨워준다고 한다.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루살렘에 거주하였고 그 남은 백성은 제비 뽑아 십분의 일은 거룩한 성 예루살렘에서 거주하게 하고 그 십분의 구는 다른 성읍에 거주하게 하였으며 예루살렘에 거주하기를 자원하는 모든 자를 위하여 백성들이 복을 빌었느니라”(느11:1-2)
느헤미야가 52일 만에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 후에 수문 앞 광장에 모인 백성들에게 에스라를 통해 모세의 율법을 강독케 했다. 그때 온 백성들은 눈물을 흘리며 자복했고 하나님의 율례와 법도를 좇아 살 것을 다짐했다. 그중 지도자 84명이 자필 서명까지 하면서 모두가 언약을 갱신했다. 바로 그 직후에 행한 일이 일반 백성 중에 10분의 1을 제비뽑아 예루살렘 성읍에 자원하여 들어가 살게 한 것이다. 그들을 향해 나머지 백성들은 축복하며 격려했다.
그게 무슨 대수길래 그처럼 제비를 뽑고 축복까지 해야 했을까? 사실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유다 민족은 폐허가 된 예루살렘 성읍에 사는 걸 원치 않았다. 그 성읍에 들어가 가옥과 기반 시설을 세우는 건 힘들고 고달픈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고 있던 느헤미야는 모두가 꺼리는 그 일을 위해 10분의 1을 제비뽑아 자원케 한 것이다. 그러니 그 일에 밀알이 되고자 헌신한 이들을 어찌 축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당시 예루살렘 성읍 안에 사는 유다 백성은 4,800-8,000명으로 추정한다.1) 제1차 바벨론 포로귀환 때 스룹바벨의 인솔하에 돌아온 사람은 대략 5만명, 제2차 귀환 때 에스라가 인솔하에 돌아온 이들은 1,800명, 제3차 귀환 때 느헤미야가 인솔하여 돌아온 이들은 극소수였다. 바벨론 땅에 총 3차에 걸쳐 끌려간 유다 백성의 수가 대략 180만 명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총 3차에 걸쳐 돌아온 수는 5%도 안 된다.2) 그들 중에 10분의 1이 예루살렘 성읍 안에 산다면 5,000명 정도 뿐이다. 바로 그들이 예루살렘 성읍에 자원하여 들어가 밑거름이 되고자 한 것이다.
김종철 감독은 그의 책을 통해 다윗의 시대에 예루살렘 성읍에 약 2천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었고, 솔로몬 시대에는 5천 명 정도 거주하다가 헤롯 시대에 접어들어 4만 명 정도로 늘어났다고 말한다. 그 후 A.D.70년 로마의 공격에 의해 예루살렘 성읍이 완전 파괴되었다가 A.D.324년 비잔틴 시대에 접어들어 6만 명 정도로 늘어났고, 16세기 오스만 터키 시대에 이르러 지금의 예루살렘 도시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돌이켜본다면 B.C.1천 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약 3천 년 동안 예루살렘은 수많은 전쟁과 파괴로 성읍이 무너지고 세워지는 일을 반복해 온 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하나님의 언약을 받들어 예루살렘 성읍에 들어가 성전과 성벽과 성문을 세운 밀알과 같은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사람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들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좀더 아늑하고 편안한 미래를 보장받고자 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언약백성은 종종 고독한 길을 걷는 이들이다. 비록 그 길이 험난한 과정이라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길이라면 자기 자신을 의탁한 채 헌신한다.
바로 그런 10분의 1과 같은 이들에 의해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교회는 한뼘 한뼘 세워지게 된다. 이스라엘 나라는 자신의 민족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단 한 사람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듯이, 하나님께서도 당신의 나라와 당신의 교회를 위해 밀알로 사는 이들을 결코 잊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1)https://www.planobiblechapel.org/tcon/notes/html/ot/nehemiah/nehemiah.htm
2)https://929.org.il/lang/en/page/843/post/98057
'라이프묵상LifeBi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 기록으로 붙잡다 (0) | 2021.12.25 |
---|---|
순종할 때는 힘들고 고달프지만 순종하고 나면 (0) | 2021.12.18 |
'아빠의 아들'로 안길 그 날을 바라보며 (0) | 2021.12.04 |
그는 그곳으로 돌아가는데 우리는 어디쯤에 있을까? (0) | 2021.11.27 |
2021년 추수감사절 감사단상 (0) | 2021.11.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