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이 길이 30m, 너비 10m, 높이 15m의 삼층 건물에다 19m에 달하는 야긴과 보아스 두 기둥까지 세운 성전 건물을 드디어 완공했습니다. 역군 3만 명, 짐꾼 7만 명, 석공 8만 명, 감독관 3천3백 명, 연인원 18만3천300명을 동원해 7년6개월에 걸쳐 지은 성전이죠. 그 기간에 솔로몬은 성전건물만 지은 게 아니었죠. 번제단과 놋바다 곧 물탱크는 물론이고 10개의 작은 물두멍을 비롯해, 분향단과 10개의 금촛대, 10개의 진설병 그리고 3m 높이의 그룹들까지 만든 기간이었죠. 솔로몬은 그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지 480년이 지난 시점, 곧 B.C.966년 2월에 기공해 7년 6개월이 끝나는 B.C. 959년 8월에 완공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성전이 성전으로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와도 같은 법궤, 십계명이 기록된 두 돌판이 들어 있는 법궤, 다시 말해 하나님의 말씀을 상징하는 법궤를 이제 지성소 안쪽 그룹들이 날개를 펴고 서 있는 그 아래에 모시고자 했죠. 그때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을 거울삼아 레위인을 동원해 그 법궤를 다윗 성에서 메어 오도록 했고, 그 법궤를 안치할 때 아삽과 헤만과 여두둔이 이끄는 찬양대원들이 나서서 수금과 비파와 제금을 켜면서 온 목소리를 높여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했습니다. 그렇게 법궤를 지성소 안쪽에 안치할 때 하나님의 영광이 그 성전에 가득했음을 어제 살펴봤습니다.
오늘 읽은 본문 말씀은 성전 건물과 내부에 필요한 기구들을 다 만들고, 법궤를 지성소에 안치한 뒤에, 행한 봉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솔로몬이 온 백성들과 마주하며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 내용입니다. 이 위치는 본문 12절에 나오는 ‘여호와의 제단 앞에서’, 다시 말해 번제단 앞에서 행한 봉헌식 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형식과 절차를 따르고 있는가? 본문 1-2절에 솔로몬은 먼저 하나님을 향해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그 때에 솔로몬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캄캄한 데 계시겠다 말씀하셨사오나 내가 주를 위하여 거하실 성전을 건축하였사오니 주께서 영원히 계실 처소로소이다 하고.” 솔로몬이 레위인들을 동원해 지성소 안에 법궤를 안치했을 때 여호와의 영광이 가득했다고 했죠. 그 영광을 바라보며 고백한 내용이 ‘여호와께서 캄캄한 데 계시겠다 말씀하셨사오나’, 이는 모세가 성막을 완성한 후에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해서 감히 그 하나님을 바라볼 수 없었던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며 고백한 내용입니다. 바꿔 말해 인간은 결코 하나님의 영광과 위엄 앞에 설 수 없다는 고백이죠. 다시 말해 하나님은 암흑 가운데 계신다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과 주권 앞에 어떤 인간도 감히 설 수 없다는 고백입니다. 그만큼 지성소 안에 임재하신 하나님의 영광 앞에 죄인인 인간은 누구도 감히 나설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 솔로몬과 온 백성들이 하나님을 향해 번제단에 나와 기도를 올린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향해 하나님의 주관과 영광과 능력을 고백한 솔로몬은 이제 방향을 바꿉니다. 3절에 “얼굴을 돌려 이스라엘 온 회중을 위하여 축복하니 그 때에 이스라엘의 온 회중이 서 있더라.” 솔로몬이 하나님을 향해 주권과 영광과 찬송을 돌린 다음에, 백성들을 향해 서서 온 회중을 축복했다고 밝혀줍니다. ‘축복’이란 ‘빌 축’자에 ‘복 복’자이죠.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복을 빌어줬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복이 백성들에게 임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복을 빌었다는 뜻이죠. 간혹 젊은 청년들이 ‘하나님을 축복하십시다.’하고 찬양하면서 말하는데, 그것은 결코 옳은 어법이 아니죠. 더 나아가 나이 드신 분들도 ‘하나님 축복해 주시옵소서.’하고 기도하는데, 이것도 실은 정확한 어법이 아니죠. ‘하나님 축복해 주시옵소서’하는 말은 실은 하나님을 복주시라고 다른 신에게 비는 것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도할 때 ‘하나님 복을 주시옵소서.’, ‘하나님 복을 내려주시옵소서.’, ‘하나님 ○○○를 축복합니다. 그 영혼에게 복을 내려주시옵소서.’하고 기도하는 게 옳은 고백이죠.
솔로몬이 백성들을 향해 하나님의 복을 빈 다음에, 무엇을 말합니까? 4-11절은 그간에 성전을 건축하게 된 과정을 백성들 앞에서 간략하게 이야기하는 내용이죠. 이른바 하나님께서 아버지 내 아버지 다윗을 통해 약속하신 성전건축, 실은 내 아버지 다윗이 그토록 건축하고 싶었지만 하나님께서 막으셨고, 대신에 아버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건축설계도와 모든 재료들을 토대로, 아버지 다음으로 왕위에 앉은 내가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게 되었고, 이제 그 지성소 안에 이스라엘 백성들과 세우신 언약의 말씀을 상징하는 법궤를 모셔 놓았다고, 11절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 짧은 고백 속에는 실은 지난 7년 6개월간의 눈물어린 수고와 땀과 정성이 깃들어 있지 않겠습니까? 연인원 18만3천300명을 동원해 길이 30m, 너비 10m, 높이 15m의 삼층 건물에다 19m에 달하는 야긴과 보아스라는 두 기둥을 세우기까지, 또 그 안에 필요한 성물들을 만들기까지, 엄청난 수고와 땀과 정성을 쏟아부었죠. 그리고서는 지금 법궤를 안치하고, 하나님 앞에 봉헌식을 행하며 기도를 올리는데, 솔로몬은 비록 이때 짧은 소회를 밝히면서 이제까지의 ‘건축경과보고’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참여한 회중에는 단지 백성들만 있었을까요? 아니죠. 성전건축에 참여했던 일꾼들도 있었겠죠. 그런데 그 일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과연 어땠을까요?
제가 군대에 갔다 와서 다시금 신학교에 복학할 때 장흥에 있는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섬겼습니다. 그때 그 교회가 예배당을 건축하고 있는 기간이었죠. 그래서 금요일 날 내려오면 오후에 철야를 마치고, 토요일 날 하루 종일 예배당 건축에 진땀을 쏟아 부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또 주일날에도 필요한 공사가 있으면 함께 땀 흘리며 일해야 했죠. 2층으로 된 벽돌건물을 지었고, 외장을 드라이비트로 마감을 했습니다.
그 예배당을 짓고 예배당 봉헌식을 할 무렵, 저와 같이 다니던 신학생들이 그곳에 다 참석해서, 찬양대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그 찬양대에서 함께 찬양을 하던 저는 그 시간 내내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감격해서 눈물을 흘린 게 아니었습니다. 후회의 눈물, 죄스러움의 눈물이었죠. 이왕 이렇게 지을 바라면, 애초에 열심히 최선을 다할 걸, 왜 그때는 그렇게 힘들다고 불평하고 원망하고 짜증을 냈던가, 왜 그때는 철야를 하고 다음날 하루 종일 또 시멘트를 비비고 그것을 짊어지고 나르고, 그렇게 고생한다고 불평했던가, 하는 회개의 눈물이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솔로몬이 봉헌식을 하면서 건축경과보고를 하는 동안 그 성전공사에 참여했던 일꾼들, 이방인들과 두로에서 온 일꾼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자원하여 참여했던 그 사람들 가운데 저와 같이 불평하고 원망을 터트렸던 사람은 없었을까, 하고 저 혼자서 생각을 해 보는 것이죠.
바꿔 말해 우리 자신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무슨 일을 할 때, 그 일이 힘에 부칠 때, 괜히 혼자만 하는 것 같아 불평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마음과 심령을 하나님께 헤아려주신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혹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위해 일할 때 그런 불평과 원망보다 보다 적극적으로 감사하면서 그 일에 참여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그런 마음과 자세로 하게 되면, 그때의 눈물은 이전과는 다른 감사의 눈물, 기쁨의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비록 이 땅에서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부여받은 청지기 직분, 곧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로, 또 자식들의 부모로서, 직장과 사업장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각각 부여받은 각각의 직책들, 그 모든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세우기 위한 청지기로 살다가, 하나님 앞에 섰을 때,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서야 할지 환하게 다가오는 부분입니다. 그때 우리는 후회와 회한의 눈물이 아니라, 감격과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하십시다. 마치 사도 바울이 이 땅에서 자기 사명을 다한 후에 고백했던 그 고백처럼 말이죠.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딤후4:6-8)
*사랑하는 주님.
솔로몬이 7년 6개월에 걸친 성전건축과 그에 따른 성물들을 만들고,
지성소에 법궤를 안치한 후에,
온 백성들과 함께 번제단에 서서 하나님께 봉헌의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을 향해 서서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과 능력을 고백한 다음,
백성들을 향해 서서 축복을 하고,
이제 지난 날의 경과보고를 했습니다.
이때 성전건축에 참여한 그 일꾼들, 강제로든 자원이든,
그 일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이 땅에 청지기로 부여받은 모든 일들 앞에 훗날 부끄럽지 않는 눈물,
영광과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최선을 다한 성전으로 살게 해 주시옵소서.
감사드리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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