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이 7년 6개월에 걸쳐 성전을 건축하고 또 성전 기물들을 모두 만든 후에, 법궤를 지성소에 안치하고, 봉헌식 기도를 올려드렸죠. 먼저 하나님을 향한 자세로 하나님의 영광과 감사의 고백을 드렸고, 이후에 백성들을 향한 자세로 백성들을 축복했습니다. 이어 지난날의 성전건축에 관한 짧은 ‘경과보고’를 했고, 드디어 하나님께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고 간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무슨 기도였습니까? 기도의 총론은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 땅 종 되었던 곳에서 구원하신 전능자시오, 하나님의 율례와 법도를 준행하는 자들에게 은혜를 베푸시는 분이신 바, 그 하나님을 위해 성전을 건축했으니, 이곳에 나와 간구하는 자들의 기도에 은총을 베풀어 달라는 기도였죠.
그것이 봉헌식 기도의 총론이라면, 각론은 무엇이었습니까? 하나님께 죄를 범해 적국 앞에서 패할 때, 하나님께 죄를 범해 하늘의 비가 내리지 않을 때, 하나님께 죄를 범해 각종 전염병과 재앙과 질병이 임할 때, 저희들이 성전에 나오거나 성전을 향해 하나님께 죄를 고백하고 돌아서거든 다시금 긍휼어린 은총을 베풀어달라는 간구였죠.
솔로몬이 그런 봉헌기도를 드린 핵심이 무엇입니까? 솔로몬은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주님을 용납할 수 없다고, 그런데 어찌 인간의 손으로 지은 성전 안에 하나님을 모실 수 있겠냐고, 두 차례나 고백한 바가 있지 않았습니까? 그만큼 솔로몬은 성전 자체 곧 예배당 자체에 그런 신비로운 능력이 있음을 믿고 기도한 게 아니었죠. 오직 성전보다 예배당보다 크고 위대하신 하나님만을 믿고 하나님의 임재를 모시기 위해서 기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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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본문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뉩니다. 1-10절은 봉헌식 기도에 이어 솔로몬의 통치 아래 있는 만백성들, 본문 8절에 “하맛 어귀에서부터 애굽 강까지의 온 이스라엘의 심히 큰 회중이 모여” 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처럼 모든 백성들이 함께 모여 7일간 하나님께 번제물을 드린 봉헌식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11-22절은 하나님께서 그런 솔로몬에게 다시 나타나서 하신 말씀과 약속이 담겨 있죠.
1절에 “솔로몬이 기도를 마치매 불이 하늘에서부터 내려와서 그 번제물과 제물들을 사르고 여호와의 영광이 그 성전에 가득하니 여호와의 영광이 여호와의 전에 가득하므로 제사장들이 여호와의 전으로 능히 들어가지 못하였고” 솔로몬이 기도를 마쳤을 때 불이 하늘에서부터 내려와 번제물과 제물들을 살랐다고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 기도에 응답해 주신 모습이죠.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종교적인 정서가 풍부합니다. 신앙생활에 열심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성적이기 보다 감성적인 체험을 강조하고, 그래서 영적 체험을 하나님께 구하는 경향이 있죠. 기도를 하는 중 온 몸이 뜨거워지거나, 중한 병에서 나음을 받거나, 방언의 체험을 하는 경우죠. 그만큼 하나님의 임재를 다양하게 체험하는 모습입니다. 솔로몬이 기도를 마치매, 불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것 역시 그런 체험의 일종이자, 응답의 일종입니다. 한 마디로 하나님의 놀라운 임재를 경험했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우리들도 종종 있는 일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여러 차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급작스럽게 신비로운 체험을 하거나, 병에서 고침을 받거나, 절망 상황 속에서 위로를 받고 새 힘을 공급받는 것 말입니다. 그런 임재의 체험은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데 활력소와 같습니다. 뭔가 밋밋한 것보다 꿈과 환상도 보고,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도 느끼고, 영적으로 하나님께서 감싸주시는 그런 체험들은 하나님의 임재를 직접적으로 느끼는 일이기 때문에 참 중요하죠.
그러나 그런 임재 속에서 느끼는 환희와 기쁨이 중요하지만, 그때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님의 임재의 초점은 하나님의 영광에 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나 자신은 한없이 작고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는 시간들이 되어야 하죠.
그래서 3절에 “이스라엘 모든 자손은 불이 내리는 것과 여호와의 영광이 성전 위에 있는 것을 보고 돌을 깐 땅에 엎드려 경배하며 여호와께 감사하여 이르되 선하시도다. 그의 인자하심이 영원하도다. 하니라” 하나님의 임재 앞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엎드렸다는 것, 그만큼 겸손하게 자신들을 드러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영적 체험이 중요하고 신앙의 활력소를 제공하지만, 그런 체험을 하면 할수록 더욱 엎드리는 자세, 더욱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고, 그런 체험이 없는 사람들을 무시하지도 말고, 교만하게 내세우려는 실수도 주의해야 하죠.
솔로몬이 그렇게 봉헌식 기도를 드렸을 때 하나님께서 하늘의 불로 응답해 주셨는데, 그 임재 앞에 모든 백성들이 엎드렸고, 이제 칠일 간에 걸쳐 완공식 감사, 곧 봉헌식 제사를 드리며 축하하죠. 이른바 그의 영토 내에 남쪽 끝에서부터 동쪽 끝까지 모든 백성들을 불러모아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큰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도록 했던 것입니다.
이제 그 거대한 완공식 곧 봉헌식을 마치고, 모두가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나타나셨죠. 그러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밝혀줍니다. 이른바 삶의 영적 원리와 과정을 소상하게 알려준 내용입니다. 본문 12절에 “밤에 여호와께서 솔로몬에게 나타나사, 그에게 이르시되 내가 이미 네 기도를 듣고 이곳을 택하여 내게 제사하는 성전을 삼았으니 혹 내가 하늘을 닫고 비를 내리지 아니하거나 혹 메뚜기들에게 토산을 먹게 하거나 혹 전염병이 내 백성 가운데에 유행하게 할 때에”
솔로몬아, 오늘 참 내 마음이 기쁘고 흡족하구나,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앞으로 내가 너희 백성들에게 극심한 흉년을 보낼 수도 있고, 전염병이 들게 할 수도 있고,전쟁 포로로 끌려갈 수 있고, 심지어 너희들이 지은 이 성전조차 무너지고, 폐허더미가 될 수 있다, 바로 그런 말씀입니다.
물론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14절에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 이른바 그런 재앙을 겪을 때 하나님께 지은 죄를 떠올리고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 그 죄에서 돌아서면 너희들의 재앙을 물러가게 해 주실 것이다, 하는 약속입니다.
과연 이런 약속을 하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너희들이 심혈을 기울여 짓고 만든 성전과 성물들만 자랑한 채 이 성전보다 크신 하나님, 성물보다 크신 하나님을 배반하고 세상 것에 눈을 돌린다면, 그런 재앙들이 신속하게 임할 것이요, 만약 그런 재앙을 겪을 때 하나님 앞에 돌아오면 다시금 긍휼을 베풀어주실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그걸 22절에서 한 마디로 보여주죠. “대답하기를 그들이 자기 조상들을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신 자기 하나님 여호와를 버리고 다른 신들에게 붙잡혀서 그것들을 경배하여 섬기므로 여호와께서 이 모든 재앙을 그들에게 내리셨다 하리라 하셨더라.”
아무리 이 성전을 거대하고 화려하게 지었다 할지라도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숭배하고 이방 신을 좇아 살면 민족적인 재앙을 겪을 것이요, 그만큼 이 성전 자체를 우상으로 여기지 말고 오직 성전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모시고 삶 속에서도 그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라고 주문한 것입니다.
이것은 역대기 기자가 체험한 삶의 고백이지 않습니까? 역대기는 이미 멸망한 이스라엘, 그래서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의 현 상황을 반추하며 쓴 기록이라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멸망당하고, 솔로몬 성전도 파괴되었고, 온 백성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간 것, 그것이 실은 하나님을 등지고 우상을 숭배하고 이방 신을 좇아 산 결과이니, 앞으로 이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의 율례와 법도를 좇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입니다.
물론 이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자신들에게도 해당되는 처방전이자 교훈이죠. 삶 속에 어려움과 질병과 고난이 닥칠 때, 그 일이 영적으로 하나님을 바르게 섬기지 못한 일은 아닌지, 그래서 그 길에서 돌아서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시는 것 말입니다. 아무쪼록 매일 매일의 삶에서 악한 길에서 떠나, 우리 스스로 겸손하게 낮추어서, 하나님만 의지하고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얼굴을 찾아 간구하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풍성하신 삶의 약속들을 누리게 하실 줄 믿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우리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음에도
교만하여 하나님을 등지고 세상 욕망을 좇아 살면 삶 속에 어려움을 겪지만,
그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하나님의 얼굴을 찾는 자들에게 그 풍성한 은총을 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오늘 저희들은 오직 하나님께만 소망을 두며,
주님의 얼굴을 구하며 나왔사오니,
주님의 언약대로 저희들의 삶 속에 크신 은총을 내려주시옵소서.
감사드리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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