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방송사에서 청취자들과 나눈 이야기다. 할머니 한 분이 버스를 타셨단다. 그 할머니는 버스에 짐을 올려놓고 주머니를 뒤졌는데 하필 돈이 없으셨다. 그러자 버스 기사분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기사 양반, 미안한데 돈이 없구려. 어떻게 해요.”
그러면서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기사분은 차를 출발시키지 않은 채 그 할머니를 향해 화를 냈다. 이윽고 무뚝뚝하게 소리까지 질렀다.
“이봐요. 할머니. 돈도 없는데 왜 타세요. 당장 내리세요.”
할머니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내릴 수가 없었다. 그 시각에 꼭 가야만 할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계속 미안하다고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는 아침 출근길이라 손님들도 많았다. 손님 중에는 버스 기사처럼 할머니를 향해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냥 출발하면서 이야기하라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손님은 할머니더러 내리라고 고함을 쳤다. 기사분도 덩달아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그때였다. 한 고등학생이 만원 한 장을 꺼내 요금함에 넣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아저씨. 이걸로 할머니 차비하도록 하시면 좋겠어요. 혹시라도 이렇게 돈 없이 타는 분이 있다면 화내지 마시고 남은 돈으로 차비하시고요.”
그러자 그 버스 안은 순간 조용해졌단다. 그 기사분도 그때서야 아무런 말 없이 버스를 출발시켰다고 한다.
참으로 가슴 따뜻한 모습이다. 다들 옳고 그름을 따지려 드는 세상이다. 잘잘못을 지적하여 개선하길 원한다. 코로나19에다 경제적인 상황까지 겹쳐 모두가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영적으로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인데도 그런 학생이 있다는 것은 그래도 소망이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히스기야가 그의 조상 다윗의 모든 행위와 같이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여 그가 여러 산당들을 제거하며 주상을 깨뜨리며 아세라 목상을 찍으며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을 이스라엘 자손이 이때까지 향하여 분향하므로 그것을 부수고 느후스단이라 일컬었더라 히스기야가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하였는데 그의 전후 유다 여러 왕 중에 그러한 자가 없었으니 곧 그가 여호와께 연합하여 그에게서 떠나지 아니하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명을 지켰더라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하시매 그가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였더라”(왕하18:3-7)
남왕국 유다 왕 히스기야의 모습이다. 요아스 왕에 이어 두 번째로 종교개혁을 단행한 왕이다. 사실 그가 왕으로 등극할 때 남왕국 유다나 북왕국 이스라엘 모두 암울한 상황이었다. 당시 북왕국 이스라엘은 10대 왕 예후가 종교개혁을 단행해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다. 하나님께서는 그 아들 여호아하스, 그 아들 요아스, 그 아들 여로보암 2세, 그 아들 스가랴까지 왕권을 보장해주셨다.
다만 스가랴 때 하나님의 법도에서 벗어났다. 그 일로 살룸이 쿠데타를 일으켜 왕권을 잡았다. 하지만 부하장수 므나헴이 쿠데타를 일으켜 왕권을 찬탈했다. 므나헴은 신흥강대국 앗수르 제국의 ‘디글랏 빌레셀’ 곧 ‘불’이 쳐들어올 때 조공을 바쳤다. 하지만 그 왕권은 10년 만에 끝났고 아들 브가히야에게 넘어갔다. 그런데 브가히야도 부하 장수 베가가 쿠데타를 일으킨 까닭에 2년 만에 물러났다. 베가가 왕권을 잡을 때 앗수르 제국의 ‘에살핫돈’이 쳐들어왔고 몇 차례 사마리아 백성을 끌고 갔다. 대신 바벨론과 구다와 하맛과 스발와임 사람을 사마리아에 살게 했다.1) 민족혼혈정책과 종교혼합정책을 쓴 것이다. 그런 상황에 호세아가 반정을 일으켜 19대 왕이 됐지만 9년 만에 끝났다. B.C.722년 북왕국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심판의 도구로 삼으신 앗수르 제국에 의해 완전히 멸망당했다.
그렇다면 남왕국 유다는 어땠을까? 7살에 왕이 된 요아스는 바알 신전을 척결했고 성전을 수리했는데 임기 말 자기 힘을 좇다가 신복의 칼에 죽었다. 그 아들 아마샤가 왕위에 올랐을 땐 하나님을 섬겼지만 에돔 정벌 후 자기 교만에 빠져 북이스라엘을 치다 대패했고 신복의 칼에 죽었다. 그 뒤 웃시야 곧 아사랴가 왕이 됐는데 52년간 문둥병으로 별실에 머무르며 아들 요담에게 대리청정케 했다. 그 후 요담이 왕이 됐지만 산당은 제거치 못했다. 이후 아하스가 왕이 됐는데 아람 왕 르신이 북왕국 이스라엘의 베가와 연합해 쳐들어왔다. 그때 아하스는 하나님께 엎드리기보다 예루살렘 성전의 금을 앗수르 왕에게 바쳤다. 심지어 그 제국의 신전을 예루살렘 성전 옆에 세웠고 백성들이 그곳에서 제사하도록 성전문을 폐쇄해버렸다.
그만큼 남왕국 유다도 북왕국 이스라엘 못지않게 암울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북왕국을 향해 요나와 아모스와 히스기야를 보냈고, 남왕국을 향해서는 요엘과 오바댜를 보냈다. 하지만 두 왕국과 백성들은 하나님께 돌아오질 않았다. 바로 그 즈음에 히스기야가 13대 왕위에 오른 것이다. 그는 아버지와 달리 모든 우상과 백성의 산당(בָּמָה, high place)2)을 허물었다. 심지어 800년 전 모세가 만들어(민21:6-9) 그때까지 백성들이 신주처럼 섬긴(출20:4-5, 신12:3, 요3:14) 놋뱀까지 깨트렸다.3) 하나님께서는 그런 그와 함께 해 주셨고 어디로 가든지 형통케 해 주셨던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제적인 여건이 좋지 않다. 영적인 상황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잊지 말자. 하나님께서는 이런 상황에서도 당신의 영광을 위해 일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시대가 추하고 영적으로 혼탁해도 하나님께서는 그런 한 사람을 찾고 계신다. 할머니의 차비를 대신 내 준 그 고등학생과 같은 한 사람, 히스기야와 같은 그 한 사람 말이다.
이 시대는 모두가 자기 의로움에 치우쳐 잘못한 사람을 가차없이 공격한다. 차비가 없이 버스에 오른 할머니를 향해 고함과 삿대질을 했던 그 사람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하나님의 일하심을 바라보는 고등학생과 같은 사람은 분명 있다. 아무리 영적으로 암울해도 히스기야와 같은 한 사람이 있는 한 소망은 있다. 하나님은 지금도 그런 한 사람을 찾고 계신다. 그대와 내가 그런 한 사람으로 산다면 얼마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겠는가.
3)https://www.thetorah.com/article/nehushtan-the-copper-serpent-its-origins-and-f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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