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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묵상DewSermon/요한복음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요12:1-11)

by 똑똑이채널 2024.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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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문 1절이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유월절 엿새 전에 예수께서 베다니에 이르시니 이 곳은 예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로가 있는 곳이라.” 여기에서 ‘유월절 엿새 전에“하는 말씀은 마지막 유월절 엿새 전을 가리키는 때입니다. 이른바 예수님께서는 유월절 어린 양으로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지 않습니까? 공생애 3년 동안 세 번의 유월절을 맞이하셨는데, 그 마지막 유월절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유월절이었습니다.

바로 그 유월절을 내다보는 엿새 전이었다면, 토요일이 되는 셈입니다. 더욱이 내일 살펴 볼 요한복음 12장 12절은 “그 이튿날에” 하면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던 이튿날인데, 그때 수많은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면서 예수님을 열광하던 때였습니다. 이른바 종려주일의 때가 그때였습니다.

그렇기에 본문 12장 1절은 토요일의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다시금 베다니에 이르셨던 것입니다. 요한복음 11장 53절에서는 산헤드린 의원들이 예수님을 체포하라고 명령을 내렸고,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공개적인 사역을 할 수가 없어서 에브라임 동네에 숨어들어갔는데, 그 후에 다시금 베다니의 나사로 집, 곧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오신 것입니다.

본문 2절에서는 예수님을 모시고 잔치를 벌이는 장면입니다. 왜죠? 죽은 지 나흘 된 나사로도 살려주셨고, 또 이때가 지나면 더 이상 예수님을 모실 수 있는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정성스런 잔치를 마련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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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와 같은 본문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네 사람에 관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사람이 ‘마르다’입니다. 본문 2절 중반부에 “마르다는 일을 하고” 마르다는 여전히 일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죠. 누가복음 10장 38절에 마르다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영접해서 음식을 준비하여 드실 수 있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마르다는 음식준비로 바쁜데, 여동생 마리아는 주님의 발 앞에 나아가서 말씀 듣는 데 정신이 쏠려 있었죠. 그때 마르다가 예수님께 부탁을 하죠. 마리아도 나와 함께 음식을 준비하게 해 달라고 말이죠. 그때 예수님께서는 “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41-42)

그걸 두고 많은 사람들은 마리아가 좋은 편을 택했다고, 마리아가 믿음이 훨씬 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누가 모임을 주도하고, 누가 손님을 맞이하고, 누가 음식을 준비합니까? 성숙한 자가, 그렇게 준비합니다. 새신자보다도 오랜 신앙의 경륜을 지닌 자가 다른 제반 사항을 준비하죠.

 

더욱이 우리가 이미 읽어봤지만 요한복음 11장 21절 이하에서 마르다와 예수님의 대화내용이 나오고, 또 요한복음 11장 32절 이하에 마리아와 예수님의 대화 내용이 나옵니다. 처음에 예수님께 말을 꺼낸 내용은 마르다도 그리고 마리아도 똑같았습니다.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제 오라버니가 죽지 않았겠나이다.”하는 말씀 말이죠. 그런데 그 후의 반응은 다릅니다. 마르다는 예수님과 더 진지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갖추는데 반해 마리아는 그냥 울고 말죠. 마르다는 사려 깊은 사람이고, 마리아는 좀 더 감성적인 면이 강한 사람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런 점들을 볼 때 마르다는 여전히 음식 준비를 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더 사려 깊게 여동생을 배려하는 측면이 깊고, 또 자신이 하던 대로 제반 사항을 모두 준비하는 심성이죠.

이를 통해 우리의 신앙심은 어떤 수준인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 각광 받는 일을 좋아합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 일은 회피하고 싶어 하는 경향 말입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수님을 섬긴 마르다가 없었다면, 오늘 주님과의 잔치는 결코 성립될 수 없었을지 모릅니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의 신앙이 성숙할 때 취해야 할 자세가 이와 같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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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등장하는 사람은 나사로입니다. 본문 2절 후반부입니다. “나사로는 예수와 함께 앉은 자 중에 있더라” 나사로는 예수님과 함께 앉아 있다는 것입니다. 몸이 약해서 죽었다가, 죽은 지 나흘째 되던 날에 예수님에 의해 살아난 자가 나사로 아닙니까? 그런 그가 예수님과 함께 앉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이요, 은혜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른바 나사로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부분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요11:25-26)하는 그 말씀의 산 증인이지 않습니까? 부활의 주인공이자 모든 생명의 주관자이신 예수님 앞에 나사로는 지금 산 증인으로 앉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본문 9-11절 말씀에서도 입증해 주는 모습입니다. “유대인의 큰 무리가 예수께서 여기 계신 줄을 알고 오니 이는 예수만 보기 위함이 아니요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나사로도 보려 함이러라. 대제사장들이 나사로까지 죽이려고 모의하니 나사로 때문에 많은 유대인이 가서 예수를 믿음이러라.” 나사로가 지금 예수님과 함께 앉아 있는 그 모습이었는데, 수많은 유대인들이 그 기적의 주인공이신 예수님만 보려고 그 집으로 온 게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난 그 증인, 곧 나사로를 보려고 그곳에 몰려들었다는 사실입니다.

그야말로 나사로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복음의 증거자가 된 셈이었습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 주는 것, 함께 해야 할 자리에 함께 하는 것, 그것 자체만으로도 주님의 영광이요, 복음의 도구가 되는 때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 번째 인물은 마리아입니다. 본문 3절입니다. “마리아는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을 가져다가 예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의 발을 닦으니 향유 냄새가 집에 가득하더라.” 마리아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새신자의 성품에 가깝고 마르다보다는 감성적인 성품의 소유자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녀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아주 특별하게, 예수님께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나드 향유, 그것도 지극히 비싼 향유 한 근을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닦는 모습이 그것이죠.

마리아의 그 행동은 어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사랑임을 알게 하는 섬김입니다. 주님을 섬길 때는 자신의 최고의 것을 기꺼이 내 놓을 수 있는 것, 결코 인색하거나 계산적이지 않는 신앙의 모습 말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거룩한 낭비라고 말할 수 있죠. 대가를 바라지 않고, 가진 모든 것으로 섬기는 숭고한 사랑 말입니다. 더욱이 그녀는 머리털로 주님의 발을 닦아 드렸습니다. 여인에게 머리보다 더 소중한 게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그녀는 그 머리로 인간의 가장 더러운 발을 닦아 드렸다, 곧 예수님의 발을 닦아 드렸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자신을 낮추되 철저히 낮춘 마리아의 자세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섬길 때 때로는 이와 같은 신앙의 자세와 태도, 자기 낮춤의 모습을 보일 때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 한 사람은 가롯 유다입니다. 본문 5절입니다. “이 향유를 어찌하여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 아니하였느냐?” 그는 마리아의 사랑과 헌신과 섬김을 트집 잡았습니다. 그럴듯한 명분과 논리를 내세우면서 그녀에게 불만을 표출한 것이었죠.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데, 왜 너는 그렇게 하느냐, 하면서 말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사랑도 없으면서, 그렇게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섬기는 그녀까지 매도하려는 가롯 유다의 모습입니다.

신앙인들 가운데 이런 신앙인들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늘 생각해야 합니다. 아니, 우리 자신이 이런 모습을 나타낼 때도 있다는 것을 늘 스스로 경계해야 합니다. 누군가 주님을 향해 온 정성으로 섬길 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해 괜히 핀잔을 주는 경우 말입니다. 그만큼 유다와 같은 자기 계산적인 생각을 오늘도 버리고 부인하면서, 마르다와 나사로와 마리아의 순전한 신앙의 모습을 좇아 살게 해 주시옵소서, 하고 기도하면서 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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