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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불어닥친 강풍에 십자가가 떨어져 나갔다. 그걸 치우면서 예배당 앞 담벼락도 깎아내렸다. 그때 콘크리트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망설였다. 남해환경에 근무하는 김○○ 성도님의 도움을 받았다. 그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여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우리 회장님은 이 일만 신경 쓰고 전념해요.” 그 회사 대표는 오직 그 일에만 돌진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우직함이 앞으로의 형통을 보장해 줄 것이다.
‘여성은 엄마와 직업인 사이에서 그 정체성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조소현의〈서른의 불만 마흔의 불안〉을 읽고서 느낀 생각이다. 〈싱글즈〉, 〈보그코리아〉, 〈에비뉴엘〉에서 19년간 ‘피처 에디터’로 일한 그녀는 사소한 일조차 공감케 하는 능력을 지녔다. 서른의 여자와 마흔의 워킹맘으로 이 세상에 불평하고 많은 불안에 떨지만 그것 자체가 앞으로 돌진케 하는 동력임을 역설한다.
질염을 감기처럼 달고 사는 시대인데도 젊은 여성이 산부인과에 다녀왔다고 하면 ‘결혼도 안 한 어린애가 어쩌다가…’하는 언어폭력을 듣는단다. 여성의 80%는 뚱뚱하다고 여기고 날씬한 몸은 사회가 심은 강박이라고 하지만 스스로 그 강박에서 벗어나질 못한단다. 미국인 3분의 1이 자유롭게 각방을 쓰지만 우리는 별거 전 단계나 불화의 증거로만 인식한단다. 모든 워킹맘은 ‘가면 증후군’을 쓰고 있지만 그게 커리어의 동력이 된단다. 그렇듯 모든 게 흐릿해 보이지만 종국에는 선명하게 빛날 아름다움 때문에 지금도 그 길에 돌진하는 그녀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시1:3)
‘시냇가’는 히브리어 ‘펠레그’(פֶּלֶג)로 자연 계곡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만든 수로(canal)다. 유다 백성이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 그발 강가에서 만들던 관개수로와 같다. 거기서 목격한 에스라가 쓴 단어다. ‘형통’은 ‘짤레흐’(צָלֵחַ)로 ‘돌진하다’는 뜻이다. 씨가 열매 맺고자 자라가는 모습이다. 17살 요셉이 보디발의 노예로 일할 때도 ‘형통하다’(창39:3)고 평가한 이유다. 지금 걷는 길이 굽어 돌고 심장이 울렁이고 가슴 아파도 실수하지 않는 하나님을 우직하게 신뢰하며 돌진하는 것이 형통이다. 그 길에 선명하게 빛날 아름다움이 있을 테니까.
2024년 5월 11일. 권성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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