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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묵상LifeBible

주변 이들의 말조차 가슴에 읊조릴 이유

by 똑똑이채널 2024.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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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게 통화하던 친구가 몇 년 전에 이생을 달리했다. 그때는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지만 지금은 허전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통화하던 다른 친구도 요즘은 뜸하다. 치매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살피느라 정신이 없는 걸까? 엊그제 새벽기도회 마치고 김포 요양원으로 향하던 그 권사님도 시어머니의 얼굴과 목소리를 가슴에 담아오고자 했을 것이다.

 

카카오톡에 새로운 기능이 있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됐다. 새벽에 묵상한 말씀을 교우들과 나누고 있는데 그걸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이 추가돼 있던 것이었다. 내가 보낸 글을 다시금 카카오톡 음성으로 들어보니 정겹고 색다른 맛도 느낄 수 있었다. 글로만 읽던 글보다 목소리로 소리를 내서 읽어주는 그 글이 가슴에 더 깊이 와닿았다.

 

총 150편을 엮어 만든 시편의 첫머리 제1편은 말씀을 앞세운다. 광야에서도 말씀을 들으면 ‘초장’(דִּבֵּר,사5:17)이 되고 거역하면 역병(דֶּבֶר,신28:21)에 든다. 주야로 말씀을 묵상하도록 권고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다만 ‘묵상하다’는 히브리어 ‘하가’(הָגָה)는 명상이 아니다. 사자가 먹이를 움켜 으르렁거릴 때(growl,사31:4) 비둘기가 슬피 울 때(groan,사38:14) 작은 소리로 읊조릴 때(utter,시71:24,사8:19) 쓰였다. 말씀을 읊조릴 때 하나님의 생명이 잠든 내 영을 깨우고 내 삶을 지배하게 된다.

 

권요셉의 〈나는 왜 불안한 사랑을 하는가〉는 자크 라캉이 이론화한 사랑을 손에 잡힐 듯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아가서를 현대소설의 서사로 꾸며내고 해설도 곁들인다. 솔로몬과 술람미의 끌림과 기대, 결핍과 욕망, 불안과 두려움, 그 모든 걸 압도하는 사랑을 엿보게 한다. 그를 위해 서로가 사랑을 속삭이는 게 압권이다. 물론 ‘술람미’(שׁוּלַמִּית)는 ‘솔로몬’의 여성형 이름으로 아가서는 하나님의 사랑을 고백한 솔로몬의 자전적 신앙고백시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정보에 눈을 뜬 친구가 하루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온다. 이 친구도 갑작스레 떠날까 봐 정성스레 대한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임을 알면 반벙어리처럼 우두커니 서 있을 수 없다. 더 말을 걸고 더 파고들 것이다. 주일 오후가 되면 엄마는 꼭 전화를 걸어온다. 다 나왔냐? 그 권사님도 또 왔냐? 더 잘 섬겨야 한다면서. 가끔 만나는 장신순 목사님도 낯선 이들에게 말을 걸고 복음을 전한다. 그들의 잠든 영혼을 일깨울지 누가 알겠는가. 내 주변 이들의 말조차 가슴에 새기고 읊조려야 할 이유는 그토록 충분하다.

 

2024년 5월 4일 권성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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