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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에 휩싸인 빌라도가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을 때, 로마 군병들이 그때부터 예수님에게 희롱과 모욕을 가했죠. 왕의 옷을 상징하는 곤룡포 대신에 자색 옷을 입혔고, 왕관 대신에 머리에 가시로 엮은 면류관을 씌웠고, 그렇게 하고 있는 예수님 앞에 경례하면서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해라.”하면서, 갈대로 예수님의 머리를 쳤고, 얼굴에 침을 뱉었고, 그러면서 예수님 앞에 꿇어 절하는, 온갖 수치와 조롱과 야유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희롱을 다 한 후에, 이제 본래 입었던 예수님의 옷을 입혀서, 십자가에 못 박으려고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로 향하게 했죠. 그런데 예수님의 몸은 그야말로 녹초가 된 상태였습니다. 목요일 밤부터 한 숨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한 예수님은 이후 가야바의 공관, 안나스의 법정, 헤롯의 법정에, 그리고 빌라도의 법정까지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심문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온갖 조롱과 멸시와 천대를 받으셨으니, 그야말로 지칠대로 지친 예수님의 모습이셨죠. 이 사실을 알게 된 로마 군병들은 때마침 유월절을 맞이해 멀리 구레네에서 온 순례객, 다시 말해 지금의 아프리카 리비아의 수도인 트라폴리 지방에 살고 있던 그 구레네 출신의 시몬이란 사람에게 십자가를 ‘억지로’ 짊어지게 했습니다. 그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서, 유월절 명절을 지키러 예루살렘에 왔다가, 갑작스럽게, 전혀 뜻하지 않게,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억지로 진 그 십자가의 사건 때문에, 훗날 그의 아들 루포가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되었고, 그의 아내는 바울에게 영적인 어머니로서 음으로 양으로 돕는 후덕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때로 하나님께서는 내가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게 하실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때 시간도 부족하고, 짜증도 나고, 기분 내키지 않는다 해도, 훗날 주님께서 큰 은혜로 채우시는 놀라운 은총의 주인공이 되게 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일을 통해 그는 물론이고 그의 온 가족이 주님의 크신 은총을 받는 주역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억지로 십자가를 짊어진 구레네 출신 시몬이 그 십자가를 골고다 언덕까지 끌고 왔죠. 골고다란 곧 해골을 뜻하는 말로, 그 언덕 자체가 해골 모양을 하고 있었고, 수많은 예루살렘 사람들의 해골이 거기에 묻혀 있었고, 그리고 아담의 무덤도 거기에 있다고 여긴 까닭에 해골 곧 골고다로 붙여진 이름이요, 오늘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이 없다면 실은 우리도 그들과 똑같은 해골바가지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곳이 바로 그 골고다 해골 언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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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 삼시’ 곧 오전 9시가 됐을 때, 로마 군병들을 통솔한 백부장, 100명의 군사를 통솔하고 관리하는 그 백부장의 지시 하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이제 높이 세우게 됩니다. 그때 주님께서 못 박힌 그 십자가 좌우편으로 두 명의 강도도 각각 십자가에 못 박히게 되었습니다. 그 십자가 밑에 있던 사람들은 어떤 마음과 어떤 심정이었겠습니까? 적어도 두 부류로 나누지 않겠습니까? 한 부류의 사람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당사자들 곧 백부장과 로마 군병들이요, 그런 그들과 함께 예수님을 향해 “네가 너를 구원해 봐라. 한 번 십자가에서 내려와 봐라.”하고 조롱하고 모욕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다른 부류는 어떤 사람들이겠습니까? 오늘 본문 40-41절에 나오는 사람들이죠. “멀리서 바라보는 여자들도 있었는데 그 중에 막달라 마리아와 또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살로메가 있었으니 이들은 예수께서 갈릴리에 계실 때에 따르며 섬기던 자들이요 또 이 외에 예수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온 여자들도 많이 있었더라.” 이들이 누굽니까? 십자가 밑에서 예수님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입니다. 바꿔 말해 십자가 아래에서 조롱하고 무시하던 자들과는 정 반대편에 서 있는 자들, 주님의 죽으심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던 이들 아닙니까? 갈릴리에서부터 따르던 사람들,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주님을 믿고 따르는 자들과 수많은 여인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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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본문 33절은 이제 시간이 3시간이 흐른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 삼시’ 곧 유대인들의 시각으로 오전 9시에 십자가에 주님께서 못 박히셨고, 그 골고다 언덕에 그 십자가를 높이 세웠고, 오른편 강도와 왼편 강도도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혀 세워졌는데, 그로부터 “제 육시가 되매”, 곧 정오 12시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어떤 변화가 일어납니까? 본문 33절에 “제육시가 되매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구시까지 계속하더니 제구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지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 제 육시 곧 정오 12시가 되었을 때, 그때부터 온 땅에 어둠이 임했고, 그 어둠이 제 9시 곧 오후 3시까지 계속되었던 것이죠.
그때의 어둠을 본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겠습니까? 이사야 5장 30절에 “그 날에 그들이 바다 물결 소리 같이 백성을 향하여 부르짖으리니 사람이 그 땅을 바라보면 흑암과 고난이 있고 빛은 구름에 가려서 어두우리라.” 또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핏빛 같이 변하려니와.”(욜2:31) 그리고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그 날에 내가 해를 대낮에 지게 하여 백주에 땅을 캄캄하게 하며”(암8:9), 그 밖에도 미가서3:6절과 스바냐1:15절의 말씀을 통해 흑암은 하나님의 심판의 재앙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 할때에도 애굽의 고센 땅에 임한 10가지 재앙 중이, 그 9번째 재앙이 흑암의 재앙이었죠. 그것과 똑같은 상황이 지금 예수님의 죽으심 직전에 임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을 죽이는 그때, 하나님께서 심판의 재앙으로 이스라엘 전역에 흑암을 일으키신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3시간가량 흑암 곧 어둠이 계속되고, 이제 ‘제 구시’ 곧 오후 3시에 예수님께서 소리를 지르십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 말은 아람어였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하는 뜻이었죠. 이 고백은 시편 22편 1절의 다윗의 고백을 예수님께서 인용하신 것입니다. 다윗이 사울의 칼날과 적들의 위협 앞에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에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한 고백인데, 그 고백은 진실로 그러하다는 뜻이 아니라, 역설의 고백입니다. 하나님은 결단코 나를 버리지 않는 분임을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그와 똑같은 고백을 한 것입니다. 지금 예수님의 고통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여, 하나님께서 이 상황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천군과 천사들을 동원해 다 정리해버렸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결코 인류의 구원은 요원해 질뿐이겠죠. 이 사실을 알고 계신 하나님께서는 아들의 죽음 앞에 침묵하신 것이지, 버린 게 아니죠. 침묵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지 않았겠습니까? 우리가 주님 때문에 때로 괴로워할 때에도, 하나님을 신실하게 섬기는 일로 인해 고통을 당할 때,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런 모습을 우리를 바라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예수님께서 이제 ‘숨을 거두셨는데’, 그때 어떤 일이 일어납니까? 38절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니라.” 성소의 휘장이란 성소와 지성소를 구별하는 휘장 곧 큰 커튼을 말하는 것이요, 그 지성소에는 1년에 한 번 곧 7월 10일이라는 대속죄일에 대제사장만 한 번 들어갈 수 있는 것이요. 그것을 구분해 놓기 위해 휘장을 쳐 놓은 것인데, 그 휘장이 주님의 죽으심과 더불어 찢어진 것입니다. 주님께서 바로 대제사장으로서, 속죄의 제물이 되셨기에 그 휘장은 더 이상 필요치 않고, 더 이상 짐승을 잡아 드리던 피흘림의 제사도 필요치 않다는 메시지죠.
그런데 그 모습을 바라본 백부장이 그때 그렇게 고백하지 않습니까?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하고 말이죠. 무엇을 생각게 합니까? 온갖 조롱을 퍼부어도 침묵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힌 채 흑암이 지속되고, 그리고 숨을 거두실 때 휘장이 찢어지는 일련의 모습 앞에, 그가 진정으로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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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부장이 꺽어진 것, 그 한 사람의 변화는 주님께서 베푸신 십자가의 은혜속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그렇게도 자기 능력과 자기 자랑을 맹신하며 살던 나 자신이 꺾어진 것도 오직 주님의 십자가 은혜 아니겠습니까? 그 은혜가 그때 그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그 은혜가 지속될 수 있도록 십자가 아래의 부녀자들과 사람들처럼 주님의 은혜를 사모하며 살 수 있는 저와 여러분들 되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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