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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예배당 옆 주자창 모퉁이에 작은 비늘을 씌웠다. 지난주일 김동규 집사님이 해바라기 씨를 포트에 심었는데 발아가 너무 잘 됐다. 이 새싹들이 밤사이 추위에 떨지 않고 낮 동안에 타지 않도록 비늘로 덮어준 것이다. 뜨거운 한낮엔 바람이 잘 통하도록 사방팔방 터줘야 한다.
주차장 안쪽 텃밭 주변엔 작두콩과 아삭 고추와 호박과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엊그제 새벽기도회가 끝나고 이른 아침 청호시장에 가서 사 왔다. 작년엔 여주도 심었지만 너무나도 성질이 강해 작두콩과 어울리지 못했다. 그래서 좀 더 부드럽고 향기좋은 작두콩을 많이 심었다. 그 곁에 나란히 심은 아삭 고추와 호박과 토마토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사실 해바라기 씨앗을 심은 지는 6일째다. 이토록 멋지게 발아가 될지 상상치 못했다. 마치 콩나물이 고개를 쑥 내민 모습과 같다. 앞으로 더위를 얼마나 탈지, 냉해를 입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 겪는 더위나 추위는 온전히 녀석들의 몫이다. 나는 녀석들이 잘 이겨내고 견뎌낼 수 있도록 조력자로 도울 것이다. 그것은 2주일 넘게 뿌리를 내리도록 기다려야 할 작두콩과 아삭 고추와 호박과 방울토마토도 마찬가지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애3:22∼23)
예레미야애가는 남왕국 유다의 멸망 앞에 탄식하며 쓴 시다. 기원전 586년 남왕국 유다는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신 그대로 멸망했다. 하나님께서 진노의 도구로 사용한 바벨론 군대에 의해 예루살렘 성읍은 불에 났다. 성전은 파괴되고 유다 주민들은 바벨론에 끌려갔다. 예레미야는 그 모습 앞에 고통하며 탄식하는 마음으로 이 시를 썼다.
예레미야애가는 총 5장으로 기록돼 있다. 1∼5장은 각각 22절로 쓰여 있고 3장만 66절이다. 제1장은 멸망한 예루살렘을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인의 모습으로, 제2장은 하나님은 어찌 그렇게 가혹할 수 있는지를, 제3장은 절망의 상태에서 희망을 되찾는 개인의 목소리를, 제4장은 어떻게 멸망이 일어났는지를, 제5장은 폐허를 바라보는 남겨진 이들의 비참함을, 각각 담고 있다.1) 교차대구법의 특성상 3장 22∼23절이 핵심말씀이다. 하나님께서 바벨론을 통해 유다 백성을 심판하셨지만 진노중에라도 긍휼을 잊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인생에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할 때 우리는 눈보다 입이 그 감정을 먼저 표출한다. 절망스런 상황 앞에 낙담하고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입술이 그렇다. 그러다 점차 현실을 받아들이고 수습하려고 하나님께 도움을 구한다. 물론 누군가는 그 재난 앞에 신앙을 포기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얄팍한 신앙의 표현 뒤에 숨어 하나님과 거래를 시도한다. 그 누군가는 불안을 억누르지 않은 채 하나님의 일하심을 바라보며 더 간절히 무릎을 꿇는다.
그때 하나님은 어떻게 일하실까? 실은 아무도 모른다. 예루살렘 성읍이 불탈 때 누군가는 화염에 죽어갔고 누군가는 그 불똥을 피해 포로로 끌려갔으니 말이다. 다만 그런 비극을 연출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 나의 작음과 무기력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관하시는 한낮의 더위와 한밤의 한기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생이니 말이다. 오직 내 인생의 조력자 되시는 하나님께 의탁하는 방법밖에 없다. 작은 비늘 하우스에 담긴 해바라기 새싹처럼 내 인생이 그런 존재다.
1)https://www.jewishideas.org/article/lamentations-putting-mouth-eye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0619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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