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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묵상LifeBible

죽은 듯 보여도 신앙의 밑뿌리는 튼튼하다

by 똑똑이채널 2023.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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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사계절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초록빛 이파리들과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기 때문이다. 자유로교회 예배당 옆 텃밭에 피어나는 나무들의 이파리도 마찬가지다. 가장 일찍 꽃이 핀 홍매화를 비롯해 뒤이어 만개하는 청매화도 그렇다. 이제는 녀석들이 다 지고 그 뒤를 이어 아로니아, 포포, 가시오가피, 으름, 드룹, 키위, 보리수, 복분자 이파리가 솟는다.

 

그중에 복분자는 겨우내 죽은 나무처럼 보인다. 핏기도 없이 완전히 메말라 있다. 낯모르는 사람이 보면 지저분하니 없애라고 할 것 같다. 하지만 그 속내를 아는 나는 달리 본다. 봄철 되면 전혀 다른 존재로 거듭나니 말이다. 깡마른 나무 사이사이에 새 이파리가 파르르 떨면서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그 밑뿌리는 무엇보다도 튼튼한 것이다.

 

그것은 아로니아도 포포나무도 가시오가피도 으름과 드룹과 키위와 보리수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모양새도 다르고 이파리도 다르고 열매와 그 맛도 다르지만 대부분 겨울철엔 밑뿌리에 그 생기를 둔다. 3월 봄철이 돼야 그 기운을 위로 품어내며 이파리와 꽃을 피어 올린다. 그토록 고귀한 자태는 대대로 흘러온 그들만의 전통과 같다. 

“유다의 요시야 왕의 아들 여호야김 때에 여호와께로부터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너는 레갑 사람들의 집에 가서 그들에게 말하고 그들을 여호와의 집 한 방으로 데려다가 포도주를 마시게 하라 하시니라 … 내가 레갑 사람들의 후손들 앞에 포도주가 가득한 종지와 술잔을 놓고 마시라 권하매 그들이 이르되 우리는 포도주를 마시지 아니하겠노라”(렘35:1∼6)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레갑 후손들에게 포도주를 마시도록 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도록 했다. 그때 예레미야는 그 후손들을 데리고 성전의 문지기 방에 들어가 포도주를 마시도록 권했다. 하지만 레갑의 후손들은 그 누구도 포도주를 입에 대지 않은 것이다. 조상 대대로 지켜온 좋은 관습을 앞으로도 굳게 지키겠다는 의지였다.1)

 

지난 국내선교위원회 부흥키워드에서 한 강사가 청중에게 질문했다. 모세가 죽을 때까지 눈이 흐려지지 않을 정도로 어떻게 건강했냐고 말이다. 그는 모세가 산을 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렙산에서 40년간 양을 쳤다면 그 정도로 건강관리가 됐다는 뜻이다. 물론 그와는 다른 차원도 생각할 수 있다. 모세는 양을 치면서 발효된 양젖을 먹었기 때문에 건강한 것이라고 말이다.2) 

 

성경은 가나안 땅을 가리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출3:8)이라고 묘사한다. 그때의 젖이란 ‘양의 젖’을 말한다. ‘꿀’은 광야에서 수확한 나무 열매들이다. 헤브론의 포도, 라기스의 석류, 엔게디의 종려, 여리고의 대추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맛을 자랑한다. 그 중 숙성된 포도는 석회석이 많은 이스라엘 나라에 주음료였다. 건강관리에 최고였던 것이다.

 

물론 “젖과 꿀이 흐르는 땅”(렘32:22∼23)을 육신적으로만 해석할 순 없다. 광야를 통과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겐 굶주림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였다. 하지만 하나님의 바람은 달랐다. 가나안 땅에 들어간 그들이 말씀의 젖과 말씀의 꿀(시19:10)을 더 먹고 살길 바랐다. 그런 백성들로 삼고자 광야 40년을 연단시킨 것이었다(신8:3). 가나안 땅에 살아도 그 좋은 관습을 후손들이 대대로 지키면서 살도록 말이다.

 

하지만 멸망 직전의 남왕국 유다는 달랐다. 그들은 하나님의 율례와 법도를 헌신짝처럼 벗어 던졌다. 최강국이라 여긴 애굽과 손을 잡고자 했고 그 나라의 신들을 숭배코자 한 것이다. 그 까닭에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에게 그런 퍼포먼스를 시행토록 한 것이다. 유다의 변덕쟁이 모습과 달리 강한 자제력을 보여주는 레갑 사람들의 전통을 헤아리도록 말이다. 그만큼 하나님께서는 유다 백성들에게 마지막으로 충격 요법을 주고픈 것이었다.

 

오늘날의 크리스천 가운데 신앙생활을 요란하게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메마른 가지처럼 조용하게 신앙생활하는 이들도 있다. 힘들어도 아무런 불평이나 원망이 없다. 마치 죽은 듯한 복분자 나무와 같다. 하지만 그 신앙의 밑뿌리는 무엇보다 튼튼하다는 걸 알 때가 있다.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에 헌신의 열매를 드리는 모습을 볼 때면 그렇다. 그만큼 하나님의 말씀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고귀한 신앙의 자태가 후대까지 아름답게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1)https://929.org.il/lang/en/page/435/post/71513

2)류모세, 〈열린다 성경: 광야 이야기〉, 두란노, 2009.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899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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