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옥 사모님의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
서울 하나로교회 유정옥 사모님은 노숙자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분입니다.
노숙자들을 데려다가 먹이고 입히는 삶을 사신 분인데, 어느날 이런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묵직한 우편물 한 통을 받았다.
다섯 장이나 쓴 그 편지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난도질하는 글이 쓰여 있었다.
글이나 말이 비수라더니 나는 그 글에 온 몸을 찔려 피를 흘리다 쓰러질 것 같았다.
그 글들은 한마디로 ‘너는 노숙인들을 빙자하여 네 배를 불리는 나쁜 도둑’이라는 글이었다.
편지를 다 읽어갈 무렵 내 손은 나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피를 거꾸로 솟아 오르게 하는 능욕이었다.”
이 글은 유정옥 사모님과 동역하던 분이 쓴 글이었습니다.
그 편지를 받아든 사모님은 얼마나 분하고 고통스러웠으면 모멸감에 치를 떨어겠습니까?
함께 일하면서 자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텐데 말입니다.
그런데도 노숙인을 빙자해 배를 불리는 나쁜 도둑이라고 말하니, 가슴에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유정옥 사모님은 편지를 읽고 나서 두 시간 동안 조목조목 열 다섯 장 정도의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그것을 들고 우체국에 가서 보내려고 하는데, 일반 봉투는 들어가지 않아 서류 봉투를 사서 편지를 넣고 우표를 붙이려고 할때였습니다.
그때 주님의 음성이 이렇게 들려 왔다고 합니다.
“딸아, 그렇게도 할 말이 많더냐?”
유정옥 사모님은 그와 같은 주님의 음성을 듣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몰랐습니다.
15장이나 써서 보내려고 한 것이 자신의 심정인데, 주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때 주님께서 또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얼마나 할 말이 많았겠느냐?”
그 음성을 듣는데 유정옥 사모님은 더욱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도 입을 열지 아니하였다.”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과 같이,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같이 입을 열지 아니하였다.”
그렇게 연이어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이사야서의 말씀 앞에 유정옥 사모님은 그 편지를 부칠 수가 없었죠.
대신 이렇게 고백을 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말없이 오열하셨다.
그리고 그에게 썼던 열 다섯 장의 편지를 찢어 쓰레기통에 넣었다.
고린도후서 12장 10절에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하였다.
그런데 나는 바울이 겪었던 그 궁핍도 박해도 곤고도 스스로 다 겪을 수 있다고 자신해 왔다.
그런데 그 가운데 박혀 있던 능욕이라는 것 앞에서 감당할 수 없이 분노가 폭발했던 것이다.
주님은 가장 자부심을 가졌던 일이 여지 없이 무너져 내릴 때도, 변명할 말이 많아 수백 장에 달할 때에도,
그 능욕을 참아내는 정도가 아니라 그 능욕을 기뻐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능욕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었다.
보름쯤 지났을 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모님! 제가 사모님께 죽을 죄를 지었어요.’
그는 울먹이느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금 나의 가장 신실한 동역자로 내 곁에 와 있다.
바울은 그의 동역자인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에게 ‘그들은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들의 목까지 내 놓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에게 있어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같은 동역자가 되었다.
그날 내가 열다섯 장의 편지를 부쳤다면 나는 그를 영원히 잃었을 것이고
어쩌면 나를 가장 치명적으로 공격하는 적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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