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묵상LifeBible

닭이 알을 낳다가 제 몸을 우리에게 내놓듯이

by 똑똑이채널 2021. 9. 11.
728x90
반응형
SMALL
닭장 속에 키우던 멋진 수탉과 비슷한 닭의 자태


예배당 옆 텃밭 닭장에 키우던 청계 몇 마리를 잡았다. 2주일 전에는 어느 목사님을 위해 잡아드렸다. 1주일 전에는 6월 3일 아이를 낳은 지 100일째 접어드는 엄마를 위해 잡아 줬다. 오늘은 집사님의 어머니 한 분을 위해 잡아드렸다.

좋은 약재도 함께 넣었다. 텃밭에 키우고 있는 5년산 도라지도 한 뿌리씩 넣었다. 영지버섯 조각, 꾸지뽕 뿌리를 잘게 자른 조각, 가시오가피 나무를 자른 조각, 방풍나무 조각, 아로니아 나무와 그 열매들까지 조금씩 넣었다. 녀석과 약재들을 잘 넣어 푹 끓이면 맛과 향도 좋을 뿐만 아니라 기운도 활활 타오르지 않을까 싶다.

오늘 잡은 닭은 그 중에서도 잘생긴 수탉이었다. 지난 번 닭은 60미터를 나는 암닭이었다면, 오늘 닭은 외모도 화려할 뿐만 아니라 턱과 벼슬까지도 수려했고 꼬리도 팔색조였다. 좀 더 키워 유정란을 낳도록 할 생각도 해 봤지만 밤낮없이 질러대는 소리 때문에 잡을 수밖에 없었다. 초저녁에도, 새벽 2-3시경에도, 새벽기도회 때도,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댔으니 말이다.

그래도 마음은 너무 좋았다. 함께 나눌 수 있는 목회자가 있어서 좋았고, 함께 하나님 나라를 받드는 성도에게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몸이 연약한 그 권사님에게도 흘러보낼 수 있어서 기뻤다. 뭐든 물처럼 아래로 흘러가는 게 최고의 삶이지 않겠는가? 그것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길이라면 더욱더 받들어야 할 일이니 말이다.

다윗이 숨어들어간 시글락 지역의 위치 http://www.jesuswalk.com/david/06_david_strengthens.htm


다윗이 기스의 아들 사울로 말미암아 시글락에 숨어 있을 때에 그에게 와서 싸움을 도운 용사 중에 든 자가 있었으니 그들은 활을 가지며 좌우 손을 놀려 물매도 던지며 화살도 쏘는 자요 베냐민 지파 사울의 동족인데 그 이름은 이러하니라.”(대상12:1-2)

다윗이 사울을 피해 시글락에 숨은 상황이다. 사무엘상 27장에도 나오는 말씀이다. 15살 때 왕으로 기름부음 받은 다윗은 골리앗을 죽이고 블레셋 병사들을 죽인 후 사울의 사위가 됐다. 하지만 사울은 다윗을 죽이려 했다. 22살의 다윗은 그로부터 8년간 도피행각을 벌였다. 라마 나욧에서 요나단과 언약을 맺은 후→놉→아둘람 동굴→블레셋의 가드 왕 아기스→모압 왕 에글론의 딸이자 다윗의 증조모 롯1)의 고향 모압땅 미스베→유대광야 헤렛수풀→그일라→십광야→마온광야→사해바다 해변가 엔게디동굴→유대 최남단 바란광야→십광야 황무지. 그 4년간은 주로 유대광야(삼상21-26장)를 돌고 돌았다.

그 뒤 3년 4개월간 다윗은 유대광야를 벗어나 블레셋의 가드 왕 아기스의 통제권역 시글락(삼상27-31장)에 숨어들었다. 그때부터, 72세의 사울이 블레셋과 전쟁을 벌이다 길보아에서 죽을 때까지(삼하1장), 4년 가까이 그곳에서 살았다. 다윗이 보기에 그곳은 유대광야보다 평안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흙탕이었다. 블레셋의 아기스와 이스라엘의 사울이 전쟁할 때 다윗은 블레셋 편에 서야 했고(삼상28:1-2), 시글락에 돌아왔을 때는 아말렉 족속이 약탈해 간 유다 동족을 구해야 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시글락에서의 다윗은 너무나 외롭고 힘든 삶이었다. 적어도 사무엘서를 읽는 동안은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대기의 기록은(역대상11:10—12:40) 다르다. 결코 외롭거나 힘들지 않다. 오히려 시글락에 있던 다윗에게 사울이 속한 베냐민 일부 족속과 갓 족속과 유다 족속이 나아온다(대상12:1-18). 아말렉 족속에게 약탈당한 것을 되찾아 온 후에는 므낫세 족속까지(대상12:19-22) 합류한다. 그뒤 헤브론에 올라갔을 땐 12지파의 용사들까지 모두 가세하여 다윗을 왕으로 받든다(대상12:23-40).2)

역대기의 다윗을 왜 그렇게 그려내는 걸까? 역대기는 바벨론 포로 이후 다윗의 언약과 성전에 기초한 이스라엘의 재건을 중점으로 한 기록이다. 역대기 1-9장까지 이스라엘의 족보를 정비하며 그 정신을 집단적으로 연결코자 한 것도, 역대상 10장에서 죄를 짓고 패망한 사울을 짧게 언급한 후 곧바로 다윗으로(대상11-29장) 초점을 옮긴 것도 그런 연유다.

그렇다면 역대기에서 다윗의 시글락을 재조명한 이유가 뭘까? 하나님의 언약을 좇아 사는 자들이 다윗처럼 외롭고 힘든 삶을 산다 해도 결코 낙심치 말라는 뜻이다. 다윗이 자기 오판으로 시글락에 들어갔어도 그 속에서 하나님의 언약을 받들고 전적으로 순종할 때 오히려 협력자들을 보내주신다는 의미다. 그 중에는 ‘아마새’(대상12:18)처럼 성령에 이끌려 다윗을 위로한 이도 있었으니 말이다.

코로나19로 다들 힘겨워한다. 자영업자들도 문을 닫는다. 오죽했으면 전국적인 차량 시위까지 할까 싶다. 크리스천이라고 예외이지 않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믿음의 눈을 떠야 한다. 지금 처한 상황이 다윗이 자기 오판으로 시글락에서 겪었던 상황과 같다 해도 결코 낙심치 말고 하나님의 언약에 순종해야 할 때다. 다윗이 자기 코도 석자였지만 약탈당한 유다 동족을 구하러 나섰던 주님의 마음을 품었던 것처럼 말이다.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우는 삶,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받들어야 할 하나님의 언약이다. 어제와 오늘은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 뜻밖에 귀한 선물을 보낸 동역자와 성도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삶 속에서도 하나님의 언약에 순종하는 모습 앞에 숙연해진다. 앞으로도 몸이 연약한 성도님이 있거나, 누군가 아이를 낳았다거나, 큰 아픔을 겪는 분이 있다면, 닭장의 닭을 더 많이 잡아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닭이 알을 낳다가 결국엔 제 몸을 우리에게 내놓듯이, 우리도 주님의 언약을 받들다가 종국엔 하나님 나라로 가야 할 존재들이다.

1)https://www.thetorah.com/article/book-of-ruth-recasting-davids-foreign-origins
2)https://www.planobiblechapel.org/tcon/notes/html/ot/1chronicles/1chronicles.htm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