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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겨울철 서낭구지에 눈보라가 치면 눈싸움을 하고 눈썰매를 탔다. 눈싸움은 윗동네와 아랫동네 아이들이 뭉쳐 싸웠다. 쫓고 쫓기는 형국이었다. 내 형은 눈 속에 돌을 넣어 던지다가 어른의 눈을 맞힌 일이 있었는데 아찔했다. 눈썰매는 대나무를 쪼개서 타기도 했지만 비료 포대에 지푸라기를 넣는 게 푹신했다. 누가 아랫녘까지 멀리 타는지 내기도 했다. 그땐 온 동네가 소동이었다. 딱밤 내기로 죽기 살기로 싸우고 탔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저녁이 되면 잠잠했다. 다들 아궁이에 불을 지펴놓은 엄마의 아랫목 이불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주님의 보혈로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들도 이 세상이 벌이는 소동의 한복판에 서야 할 때가 있다. 좌나 우에 서야 하고 길고 짧음을 가릴 때도 있다. 그로 인해 불안과 근심이 몰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의 황혼에 주님의 품으로 돌아갈 날이 있음을 믿는 이들은 평안하고 담대하게 살 수 있다(요16:33).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하니 헤롯 왕과 온 예루살렘이 듣고 소동한지라”(마2:2∼3)
우리말 ‘소동하다’는 헬라어 ‘타랏소’(ταράσσω)는 ‘액체를 휘젓다’(to agitate) ‘사람을 선동하다’ ‘불안케 하다’ ‘근심케 하다’는 뜻이다. 동방의 마고스들이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를 경배하러 왔다고 할 때 헤롯과 예루살렘 사람들이 왜 소동했을까? 당시 헤롯은 누구나 아는 폭군이었다. 자기 권력을 위해 장남도 죽였고 죽기 직전 두 아들도 살해했고 장모와 아내까지 죽인 살인마다. 그가 주도한 평온은 팍스 로마나와 같았다. 그러니 새로운 왕이 태어난다는 것은 조용한 찻잔을 휘젖는 일이요 온통 소용돌이치는 일이었다. 헤롯과 함께 한 이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숙청을 벌일 일이었고, 온전한 왕을 바라는 이들은 곳곳에서 폭동을 일으킬 기세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헤롯의 목숨을 곧장 거두어가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알지 못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요4:1)
하나님나라의 운동을 펼친 예수님께서 마가의 다락방에서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가졌다. 가롯 유다에게 빵을 주면서 속히 할 일을 하라고 말했다. 이른바 ‘네가 영생의 나라를 보지 못한 채 이 세상 권력의 힘만 믿고 줄을 대려고 하는데 그걸 하려면 속히 하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가롯 유다는 방문을 박차고 자기 계획을 실행했다. 그때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서로 사랑하라고 당부하면서 십자가의 길을 암시했다. 베드로는 주님을 위해 자기 목숨도 내놓겠다고 했지만 주님은 닭 울기 전 세 번 부인할 것이라 말했다. 바로 그때 주님은 제자들에게 ‘근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근심하다’는 단어가 ‘타랏소’(ταράσσω)다. 예수님은 당신이 체포당하고 십자가에 죽게 되면 제자들이 소동하고 불안케 될 걸 내다본 것이다. 그만큼 어떤 시국이 펼쳐질지라도 좌로 우로 치우치지 말고 영원한 하나님나라의 안식처를 바라보며 평온하고 담대하길 바란 것이다. 그토록 치열하게 눈싸움하고 썰매를 타던 그 시절의 서낭구지 아이들도 저녁이 되면 다들 집으로 돌아간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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