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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곧 늦깎이 전주대학교에 다닐 때에,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시절에 이른 새벽녘에 인력공사로 출근하다시피 했죠. 새벽 일찍 나가야 그나마 팔려나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에 여러 가지 일들을 모두 경험해 봤습니다. 이른바 아파트 옥상 위의 물탱크 청소라든지, 또 아파트 지하 물탱크 청소, 아파트 건축 현장의 아시바를 뜯어내는 일들, 그리고 건축 현장의 땅을 파는 일들, 그야말로 많은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힘에 부쳤던 일 곧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던 일은 빌라 5층까지 사모레와 벽돌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일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고된 일이었죠. 그런데 가장 행복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소가죽 염을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도축장에서 소를 잡아 그 가죽을 벗겨 차로 싣고 오면, 우리들은 소가죽을 차에서 내려 넓게 편 다음에, 삽으로 쫙 푸린 따음에 다시금 그것을 몇 겹 접어서 차에 옮겨 싣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염을 한 뒤에 나중에 무두질을 통해 가방을 만들고 구두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었습니다. 그 일을 끝낸 오후 5시 30분 무렵에 그 도축장 식당에 들어가 천엽이랑 간이랑 싱싱한 소고기의 내장과 고기를 구워서 먹던 기쁨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고 학교 야간 수업에 들어갔는데 졸음반 수업반 마치고 자취방으로 돌아오던 일이 많았습니다. 물론 3학년과 4학년 때에는 영문학을 복수전공하는 바람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지만, 그때 그 기억들 때문에 새벽녘에 차를 몰고 차량 운행을 하던 예전에는 그곳 인력공사 앞을 지나가거나 인력공사 간판이 보이면 그때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됩니다.
1997년도 하루 일당이 5만원이었고, 5천원을 뗀 4만 5천원이 하루 품삯이었습니다. 어쩌다 저녁때까지 일이 넘어갈 경우 10만원을 받은 적도 있었죠. 젊은 시절의 인력공사 일을 말씀드리는 것은 오늘 본문이 바로 그런 내용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0619797
본문 1절에 “천국은 마치 품꾼을 얻어 포도원에 들여보내려고 이른 아침에 나간 집 주인과 같으니” 천국 곧 하나님의 나라를 소개하는 상황입니다. 그 나라를 빗대서 이야기하는데, 포도원에서 일을 해야 할 품꾼을 얻으려고, 집 주인이 이른 아침에 곧 새벽시장에 인력공사로 나간 상황이죠.
그런데 하루 일당을 얼마로 약속을 합니까? 본문 2절에 한 데나리온씩 품꾼들과 약속을 합니다. 그렇기에 한 데나리온이란 우리 식으로 치자면, 요즘 인력공사 현장의 일당으로 치자면 10만원 정도에 해당되는 금액일 것이고, 최저 알바비로 치자면 2018년 현재 알바비가 ‘시간당 7530원’이니까 하루 8시간 기준으로 하면 6만원이 조금 넘겠죠. 그렇게 하루 6만원에서 10만원으로 품삯을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포도원 일꾼을 인력시장에서 혹은 인력구인난에서 모집해서 데려오는 상황입니다.
그때가 이른 아침이라고 본문이 설명해 주는데, 새벽시장에서 그렇게 인력을 데리고 온 모습입니다. 그런데 본문 3절은 이렇게 기록돼 있습니다. “또 제 삼시에 나가 보니 장터에 놀고 서 있는 사람들이 또 있는지라.” ‘제 3시’란 우리 시간으로 오전 9시를 가리킵니다. 이른 아침 곧 새벽 시장에서 품꾼들을 하루 일당을 주겠다고 하면서 포도원에 데려와 일을 시켰는데, 그 일손이 부족했는지, 오전 9시에 나가서 ‘장터에 놀고 서 있는 사람들’을 그 포도원으로 주인이 사서 데려온 것이죠. 그 시각에 그들을 데려왔다면 이른 새벽에 데리고 온 사람들보다는 임금을 적게 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본문 5절에 보면 “제육시와 제구시에 또 나가 그와 같이 하고 제십일시에도 나가 보니 서 있는 사람들이 또 있는지라 이르되 너희는 어찌하여 종일토록 놀고 여기 서 있느냐 이르되 우리를 품꾼으로 쓰는 이가 없음이니이다 이르되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 하니라.”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이른 아침 곧 새벽녘에 일꾼을 사서 포도원에 들여보내 일을 시켰는데, 제 3시 곧 오전 9시에도 사람들을 데리고 왔고, 제6시 곧 정오 12시에도, 그리고 제 9시 곧 오후 3시에도 인부들을 사서 포도원에 데리고 와서 일을 시켰는데, 제11시 곧 오후 5시 이제 일을 끝낼 시간에 한 시간도 채 남지 않는 상황인데 그렇게 일꾼을 사서 포도원 일을 시킨 주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오늘날의 자본시장의 상황이라면, 유능한 인재에게 인센티브를 더 지급하는 상황이라면, 또 많은 시간을 일한 사람에게 더 많은 일당을 줘야 하는 현재의 신자유주의 시장상황이라면, 이 부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합니까? 아침 일찍 곧 새벽에 포도원에 실려와 일을 하는 사람은 하루 6만원에서 10만원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 오전 9시 경에 포도원에 일을 하게 된 사람은 그보다는 2만원 정도 적은 4만원에서 8만원을 받을 것으로, 또 오후 12시 곧 하루 반나절 일을 한 경우라면 3만원에서 5만원을 받아야 하고, 오후 3시에 일하러 나온 사람들은 2만원에서 4만원을, 마지막 오후 5시 경에 일하러 나온 사람들은 1만원에서 3만원 정도 받으면 족한 줄로 알아야 한다고, 우리들 곧 자본시장의 논리를 좇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0619796
그런데 어떻습니까? 본문 8절에 “저물매 포도원 주인이 청지기에게 이르되 품꾼들을 불러 나중 온 자로부터 시작하여 먼저 온 자까지 삯을 주라 하니 제십일시에 온 자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을 받거늘 먼저 온 자들이 와서 더 받을 줄 알았더니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 받은지라 받은 후 집 주인을 원망하여 이르되 나중 온 이 사람들은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아니하였거늘 그들을 종일 수고하며 더위를 견딘 우리와 같게 하였나이다 주인이 그 중의 한 사람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친구여 내가 네게 잘못한 것이 없노라 네가 나와 한 데나리온의 약속을 하지 아니하였느냐 네 것이나 가지고 가라 나중 온 이 사람에게 너와 같이 주는 것이 내 뜻이니라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 내가 선하므로 네가 악하게 보느냐.” 이른 아침에 일하러 나온 사람이나 오전 9시, 오후 12시, 오후 3시 그리고 오후 5시 무렵에 나온 사람들 모두가 공히 한 데나리온 곧 6만원에서 10만원을 모두 동일하게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아침 일찍 나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좀더 받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게 없으니까 화를 내면서 왜 우리에게도 이렇게 똑같이 주는 것이냐고 따져 묻지 않습니까? 그러나 주인은 말하죠. 내가 한 데나리온을 너희들과 약속하지 않았느냐, 내가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하겠다는데 왜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느냐, 왜 나를 악하다고 생각하느냐, 하는 말씀입니다.
만약 자본주의 시장에서, 신자유주의체제에서, 이런 임금방식을 실행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원들이나 일하는 분들이 엄청나게 항의를 할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 본문의 포도원은 천국 곧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고 있고, 그곳의 주인은 곧 하나님이십니다. 더욱이 본문 7절에 우리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제 11시 곧 오후 5시가 되었는데도 일할 거리가 없어서 종일토록 놀고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말입니다. 뭔가 뒤처지고 연약하고 힘이 없고, 능력이 없는 패배자들이라 기용되지 못한 채 놀아야만 하는, 그래서 가족 식구들이 그런 가장만 쳐다봐야 하는 당시의 상황인데, 하나님의 마음은 그런 자들에게 마음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는 것입니다. 천국은 바로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와 레위인들을 향해 모퉁이 이삭까지 베지 말라고 하셨고,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고 그들로 하여금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하신 말씀도 그런 원리이죠. 그래서 제가 아는 어느 교회의 목사님은 담임목사 부목사 이렇게 나누는 게 아니라 대표목사 그리고 그냥 목사, 이렇게 하면서 신수비도 부양가족 식구에 따라 더 많이 받게 하시는 목회자도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하는 길이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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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쪼록 우리가 자본주의체제 속에서 살고 있지만 이런 체제속에서도 하나님 나라를 일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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