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site-verification=bWsZs7W0_gSPuMoDXujZISVmSBQHlpw3IxoqFPAwWOg 엄마에게 버려진 듯한 그녀 google-site-verification=bWsZs7W0_gSPuMoDXujZISVmSBQHlpw3IxoqFPAwWOg
 

엄마에게 버려진 듯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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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힘든 일을 했어요. 평소 알고 지낸 분의 여동생 집 옥상을 청소한 게 그거예요. 그 집 1층은 세를 들어 살고 있었고 2층도 이제 곧 세를 내준다면서 도배를 해 놨더군요. 문제는 옥상에서 2층 천장으로 물이 떨어진다는 거였어요. 그걸 방수하려면 옥상에 있는 쓰레기 같은 것들을 다 치워야 한다는 거였죠.

 

맨 먼저 낡고 닳은 물탱크부터 1층에 내렸어요. 그 후 벽돌과 돌멩이도 치웠고요. 남은 건 여동생의 시어머니가 텃밭으로 사용한 흙더미였죠. 부추 뿌리가 붙어 있는 걸 보니 오래 묶은 흙이었어요. 20kg 되는 작은 포대에 흙을 담아 테이프로 묶어 1층 바닥에 내던졌죠. 평균 15kg씩 담은 무게로 100포대 나왔어요.

 

그걸 어떻게 버릴지 그분이 고민했어요. 그때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죠. 내가 사는 집 앞의 도로 옆 빈터 말에요. 작년까지만 해도 동네 할머니가 그곳에 마늘과 양파를 심었었죠. 올해는 누군가 절반의 흙을 퍼가서 절반의 땅만 일구고 있구요. 바로 절반의 빈터에 그 흙들을 버렸어요. 버려진 그 곳에 버릴 흙을 버렸을 뿐인데 하루 지나자 벌써 누군가 상추 모종을 갖다 심은 것 있죠?

 

“나중에 알았지만 나는 사흘을 앓았다. 사흘째 되던 날 문이 열리더니 밥상이 들어왔다. 매일 그 나쁜 남자에게 얻어맞고 돈 뜯기던 옆방 여자였다. 김치찌개에 냄비에 밥 한 공기였지만 내 평생 그토록 맛있는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밥을 해 먹은 기미는 없고 끙끙 앓는 소리가 들리더라는 것이었다. 내가 멍하니 밥상 앞에 앉아 있으니 문을 반쯤 열어놓고 담배를 피우던 여자가 혼자 먹으라며 나갔다. 배려였다.”(127쪽)

 

김미옥의 〈미오기傳-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에 나오는 이야기에요. 과외를 하다 사흘간 굶주리고 있던 자신을 향해 옆방의 두 살 많은 애숙 언니가 차려준 밥상을 두고 한 말이죠. 일생에 가장 따뜻한 밥이었다고요. 물론 6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버려진 듯한 그녀를 양녀로 입양코자 한 담임 선생님과 갈 곳 없던 그녀를 자취방에서 재워준 친구도 큰 버팀목이었다고 해요.

 

그녀의 일생이 신파극 같지만 풀어내는 문장만큼은 유쾌 상쾌로 가득해요. 배꼽 빠지게 웃었던 건 그거였어요. 시어머니가 굿을 하는데 뒤늦게 도착한 그녀가 천 원짜리가 나부끼던 상에 십만 원 지폐 석 장을 올리자 무당이 곧장 망자의 한이 풀렸다며 복덩이가 집안에 들어왔다고 칭찬했다는 이야기죠. 그녀에게 쌍둥이 딸 과외를 맡긴 교회 목사가 계속 그녀를 전도하자 영업차 교회를 다녔고 대표기도도 눈물나게 했는데 부흥회 때 강사가 그녀를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기도하는데도 방언을 받지 못하자 결국 그녀의 머리통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는 이야기도 너무 웃겼어요.

 

“제구시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지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막15:34)

 

3시간 동안 어둠이 깔릴 때 예수님은 그 속에 자기 영혼을 갈아 넣으셨죠. 서서히 죽어가면서 큰소리로 외쳤고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번역되지 않는 예수님의 실제 아람어 목소리라 더욱 생생하게 들려 오죠. ‘사박타니’(σαβαχθάνι)는 ‘떠나다’ ‘홀로 두다’는 ‘쉐베크’(שְׁבַק)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하나님께 버림받은 예수님의 탄식이죠. 구약성경의 시편 22편 전반부와 같은 울부짖음이지만 후반부에서는 들어주심을 고백하죠. 버려진 것 같았지만 결코 버림받은 게 아니었던 것이죠. ​

 

버려진 흙덩이 속에 상추 모종을 갖다 심을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토요일 날 봄비가 내리면 그 검디검은 흙 위에 새싹이 올라오겠죠. 엄마에게 버려진 듯한 인생을 산 김미옥도 이제는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책들을 소개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삶을 살고 있어요. 몽땅 연필처럼 제 살을 깎아 가면서 말예요. 버림받은 것 같지만 결코 버림받지 않은 예수님을 통해 지금도 많은 이들이 생명과 평안을 누리고 있죠.

 

 

 

[전자책] 세상이 흔들릴수록 우직해야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이 있다.BR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뜻이다.BR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직하게 나아가다 보면 결국엔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BR 오래전 신영복 교수의 책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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