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site-verification=bWsZs7W0_gSPuMoDXujZISVmSBQHlpw3IxoqFPAwWOg 낯설고 힘든 골목은 저마다의 인생 스승 google-site-verification=bWsZs7W0_gSPuMoDXujZISVmSBQHlpw3IxoqFPAwWOg
 

낯설고 힘든 골목은 저마다의 인생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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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그녀는 쉰여덟이에요. 초등학교 5학년까지만 해도 그녀는 목포에서 제일 잘 나가는 부잣집 딸이었다고 해요. 아버지는 매일신문사와 지금의 삼양사인 당시의 삼화사를 운영하고 있었고요. 중등포 저수지 둘레 땅도 모두 그분 것이었고요. 집도 목포에서 제일 좋은 2층 한옥에 살았고요. 그 당시 유치원과 초등학교도 자동차를 타고 다녔고 성악가 꿈을 키우고자 조선대학교 음대 교수로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지도를 받았다고 하죠. 

    

그런데 그토록 건강하던 그녀의 아버지는 갑자기 위가 좋지 않아 목포와 서울의 병원을 찾아다녔는데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해요. 급기야 일본에 가서 치료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요. 그러니 그녀의 어머니는 한순간 날벼락 맞은 셈이었겠죠. 매일신문사는 공중분해 되었고 삼화사도 곧바로 다른 사람이 인수했다고 해요. 그 와중에 네 딸을 대학에 보내고자 그녀의 어머니는 2층 한옥을 팔고 점차 작은 집으로 이사하다가 결국 상동의 서민주택으로 들어갔고요. 

    

그런 드라마 같은 이야기는 무안군 일로 장터를 오가면서 그분의 남편에게 직접 들은 거예요. 내게는 시골 동네 형님이기도 한 그 남편은 현재 환갑으로 같은 지방회의 선배 목사이기도 하죠. 스무 가지 반찬이 나오는 일로 장터 백반집에서 밥을 먹고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땐 그런 이야기도 곁들여 줬어요. 그분의 아내가 그런 농담을 했다면서 말에요. “여보. 울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난 당신을 쳐다보지도 않았겠죠?”  

    

그건 사실이었겠죠. 목포에서 제일 잘 나가는 부잣집 딸이 서낭구지 가난한 동네 형님과 눈이나 마주치려 했을까요? 하지만 아버지가 죽고 가세가 기울자 그녀의 어머니와 네 딸이 모두 가난한 심령이 되었다고 하죠. 그녀도 성악 레슨을 곧바로 그만두고 엄마와 동생들 뒷바라지하려 간호대를 나왔고요. 그 후 들어간 곳이 목포 고하도 공생원이었는데 그곳에서 길 잃은 아이들을 돌보다가 지금의 형님을 만났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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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버리는 곳이 아니라 어루만지는 장소다. 너에겐 마지막 사람이길 바라기 때문에 나는 너를 어루만지는 것이다. 내가 행하는 모든 일이 늘 마지막이길 바라서 나는 이토록 진지한 눈빛으로 행하는 것이다.”(279쪽)  

   

변종모의 〈세상의 모든 골목〉에 나오는 내용이예요.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라는 세상 끝의 바다를 보고 골목길로 돌아오면서 작가가 한 생각이죠. 인생의 여행도 골목에서부터 시작되고 그곳에서 끝이 난다고 말에요. 그렇듯 이 책은 그가 여행한 세계 곳곳의 골목에 관한 29편의 에세이가 담겨 있어요.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골목길 풍경은 때로는 설레고 때로는 애틋하죠. 골목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하지만 그 속엔 성스러움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어요.   

  

특별히 달의 계곡으로 이어지는 칠레의 골목길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어요. 걷기만 해도 사랑에 빠질 듯한 세비야의 골목길에선 플라멩코 공연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하죠. 삿포로에서 북쪽으로 한 시간 반 기차를 타고 가면 도착하는 비에이 골목은 순도 백 퍼센트의 겨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해요. 카이로의 쓰레기 매립장 같은 골목길에 이슬람의 박해를 피해 자리 잡은 곱트교 동굴교회도 가보고 싶을 정도고요. 9,000개의 골목 안에 9,000개의 삶이 얽혀 있다는 모로코의 페즈 골목길도 마찬가지고요. 

    

“한 사람이 달려가서 해면에 신 포도주를 적시어 갈대에 꿰어 마시게 하고 이르되 가만 두라 엘리야가 와서 그를 내려 주나 보자 하더라”(막15:36)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에 로마 군인들이 신 포도주를 해면에 적셔 줬죠. ‘해면’은 헬라어 ‘스포고스’(σπόγγος)로 바다의 해면동물로 영어로는 스폰지(sponge)로 번역되죠. ‘신포도주’는 ‘옥소스’(ὄξος)로 ‘식초’(vinegar)에 가까운 포도주에요. 구약의 히브리어로는 ‘호메쯔’(חֹמֶץ)인데 ‘초’(민6:3,룻2:14)를 뜻하죠. 마가와 마태와 누가는 그들이 예수님께 준 것(시69:21)에 초점을 맞추는데 비해 요한은 예수님이 받았다는데 초점을 맞추죠(요19:30).   

   

사실 희석되지 않은 식초는 마실 수가 없어요. 그건 레몬 농축액을 마시는 것과 같은 것이죠. 죽어가는 사람의 마른 입술에 식초를 마시게 하는 건 잔인한 일이에요. 다만 로마 군인들은 희석되지 않는 식초를 예수님께 내밀진 않았겠죠. 당시 그들은 피로를 풀고자 식초와 신맛 나는 포도주를 섞어 마셨다고 해요. 그들은 골목 어귀에서 짬을 내며 관습적으로 나눠 마시던 걸 예수님께 내민 것이었죠. 물론 예수님께서 식초를 받아들였다는 건 의미심장한 일이죠. 길 잃은 인간이 토하고 싶은 불쾌한 죄의 신맛을 모두 품었다는 뜻이에요.     

 

2층 한옥에서 그녀가 계속 살았다면 어땠을까요? 평범한 인생의 골목길을 결코 걷진 못했겠죠. 너무나도 힘겨운 일이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그녀는 길 잃은 고아들을 품는 어머니 인생을 살게 된 것이죠. 작가 변종모도 9,000개의 낯선 골목 안에서 길을 잃기도 했지만 그 골목길을 통해 인생의 아름다운 궤적을 만들어내기도 하죠. 예수님도 예루살렘의 뒷골목에서 마시던 로마 병사들의 식초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까지 지금도 길 잃은 이들을 품고 있으니까요. 낯설고 힘든 골목은 저마다의 인생 스승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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