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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친구 셋이서 일본을 다녀왔어요. 1박 2일로 아주 짧게요.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내렸죠.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도요타 본사와 가까운 호텔에서 하룻밤을 묶었어요. 다음 날 아침 우에노 공원을 가로질러 야스쿠니 신사를 둘러보고 도쿄국립박물관을 거쳐 우치무라 간조 기념관에 갔죠.
우치무라 간조 기념관은 좌우 대칭의 작은 건물이었어요. 교실에 몇몇 의자와 탁자가 있었죠. 안내자는 그것이 우치무라의 손때 묻은 탁자라고 했어요. 날것 그대로였죠. 그곳에서 로마서 강의를 했겠지 싶어요. 김교신도 그 학생 중 한 사람이었겠죠. 1920년 김교신은 동양선교회 성서학원에 재학 중인 한 청년의 설교에 감동받아 성결교회 회원이 됐죠. 하지만 제도권 교회의 회의감 때문에 1921년부터 우치무라의 로마서 강의에 열성팬이 되죠. 우치무라가 가르치는 성서의 빛을 통해 벌거숭이 같은 자신의 민낯을 본 것이죠.
“공간을 좌우 대칭으로 만들면 일단 규칙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규칙은 누군가가 기획하고 만든 공간임을 암시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어떤 권위자의 존재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이때 좌우 대칭을 나누는 축은 그 권위자의 권력을 세워 주는 선이 된다.”(71쪽)
유현준의 〈인문건축기행〉에 나오는 말이에요. 스위스 태생의 프랑스 건축가 르 꼬르뷔제의 대표작 중 하나인 ‘롱샹 성당’을 두고 한 말이죠. 1954년에 완공한 그 성당은 기존의 좌우 대칭의 권위적인 모습과 달리 모든 게 비대칭이라고 해요. 노아의 방주에다 조개껍질 지붕을 얹은 듯한 건축물 같아요. 지붕은 무중력 상태로 떨어진 것 같고 그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내부 예배실까지 경외감을 주죠. 누구든지 그 빛 앞에 서면 벌거숭이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요?
이 책은 유현준이 스무 살 때 감동을 받은 건축물 서른 개를 소개하고 있어요. 건축(建築)이란 말 그대로 세우고 쌓은 것인데 중력을 이기지 못하면 무너지겠죠. 피라미드나 고딕 성당의 기둥이나 판테온의 돔 지붕도 중력을 이기고 꿋꿋이 서 있어서 지금껏 울림과 감동을 주는 것이죠. 이 책엔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을 비롯해 ‘라 투레트 수도원’과 ‘피르미니 성당’도 소개해 주죠. 세 곳 다 프랑스의 안시(Annecy)로부터 멀지 않죠. 더욱이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와 ‘물의 교회’도 알려줘요. ‘빛의 교회’는 오사카 인근에 있고 ‘물의 교회’는 삿포로에서 가깝고요. 그곳에 있으면 인간은 자연의 일부임을 알게 되겠죠.
“하나님이 이르시되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3:5)
‘발’은 히브리어 ‘라갈’(רָגַל)로 남을 짓밟고자 뒷담화하고 중상모략하는 걸 뜻해요. 자아 중심적인 삶을 상징하죠. ‘신’은 ‘나알’(נַעַל)로 ‘샌들’이고 ‘벗는다’는 ‘나샬’(נָשַׁל)은 ‘풀다’ ‘던지다’는 뜻이에요. 거룩하신 하나님의 현현 앞에 자기 방식의 삶을 벗어던지고(수5:15) 소유권마저 하나님 앞에 내놓도록 한 것(룻4:8)이죠. 하나님의 빛 앞에 벌거숭이처럼 모세의 민낯을 드러낼 수밖에 없도록 한 거예요.
르 꼬르뷔제가 빛을 강조하듯 우리나라의 승효상도 빛이 건축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해요. 경북 경산의 시골 마을 ‘하양무학로교회 예배당’도 벽돌로 지은 작은 건물이지만 전국에서 찾아가는 이유죠. 승효상은 바른 건축을 위해선 스스로를 밖으로 내몰아 광야에 홀로 서서 세상을 직시하는 성찰을 가져야 한다고 하죠. 그만큼 세상의 자연과 그 빛 앞에 벌거숭이처럼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야 한다는 뜻이겠죠. 다음에 일본을 갈 기회가 온다면 오카사와 삿포로의 그 건축물도 꼭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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