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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청 뒷산에 올라갔어요. 10년 전 그곳에서 두릅도 땄고 꾸지뽕 뿌리도 캤던 곳이에요. 그사이 변한 게 있었어요. 산 아래 언덕에 집 한 채가 들어서 있는 게 그것이었어요. 오후 3시 무렵 에 그 집의 주인은 집 뒤쪽에 나무를 심고 있었고 진돗개는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죠.
나는 개를 멀리한 채 두릅이 있는 곳까지 올라갔어요. 하지만 두릅은 하나도 없었죠. 누군가 벌써 다 따간 것이었어요. 그런데 두릅나무가 있는 그 위쪽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렸어요. 조심조심 그곳까지 올라가 봤죠. 그랬더니 누군가 홀로 파묘를 하고 있는 게 보였어요.
혼자 고생하시네요? 뭘요, 돈 받고 하는 건데요. 어느 쪽이 남자고 어느 쪽이 여자인지 아세요? 그럼요. 이리 와 봐요. 왼쪽 두상이 오른쪽 보다 훨씬 크죠. 이것은 꼬리뼈인데 여자 쪽이 훨씬 작죠? 어깨뼈도 그렇고요. 아, 그렇네요. 이렇게 파묘를 하면 얼마 정도 받나요? 두 기에 100만 원이에요. 여기서 묘를 파면 무섭지 않나요? 영화 〈파묘〉를 보셨군요? 영화는 영화일 뿐이에요. 진짜 무서운 건 도둑이고 살인자죠.
정치인들도 무당말 듣고 묘지를 옮기기도 하죠? 무속이 진짜라면 범죄자를 찾아야죠. 10년 전 한국병원 아래 산책로에서 대학생이 알몸으로 죽었는데 지금도 살인자를 못 찾았어요. 그때 부검하는데 내가 동행했는데 경찰이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차라리 범죄자라면 쉽게 특정하지만 외부에서 놀러 왔다가 범죄를 저지르고 가면 못 찾는다고요. 그럴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무당이 진짜 맞춘다면 범죄자를 찾아내야 맞죠. 그런데 못 찾죠. 그러니까 무속을 좇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모르겠어요.
그나저나 내일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날이네요? 그러게요. 저는 탄핵이 인용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무속이 판치던 나라가 잠잠할 테니까요? 그렇죠. 파묘를 하면서도 무속을 믿지 않는 분은 또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다 똑같진 않겠죠? 옛날에야 묘를 잘 써야 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조상 묘를 찾는 자손들이 있을까요? 목포에도 승화원 뒤에 만 원 주고 재를 뿌리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가요? 지금은 달나라 가는 세상인데 누가 무당 말을 믿어요. 그런 사람이 미친 거죠. 대통령이 무당을 믿고 살았으니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거 아니겠어요?
오늘 오후에 두릅을 캐러 갔다가 졸지에 파묘하는 분을 만났으니 솔직히 당황스러웠어요. 산속에 그런 분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홀로 묘를 파면서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도 뜻밖이었고, 진정으로 무서워해야 할 것은 도둑과 살인자는 말에도 공감이 갔어요. 더욱이 이 나라를 무당이 판치는 나라로 만든 대통령도 속히 파면해야 한다고 말할 땐 괜히 숙연해졌고요.
혹여라도 〈파묘〉라는 영화에 사로잡혀 무당에게 홀려 사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무덤 두 기를 파서 유골을 상자에 모신 그분의 모습은 너무나도 이성적이었어요. 온 나라를 무당이 판치는 나라로 만든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논리는 지극히 현실적이었고요. 그분의 파묘를 보고서 마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일은 대통령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파묘하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요. 그건 나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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